거듭된 사고로 드러난 안전 리스크
거제조선소 또 사고…"근본적 개선 없어"
중대재해처벌법 조사…CEO 책임론도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 사진=연합뉴스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가 또다시 무거운 책임의 자리에 서게 됐다. 지난 3일 경남 거제조선소에서 브라질 국적의 선주사 감독관이 시험 설비 점검 도중 구조물 추락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다. 직영 근로자 1명도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거제조선소에서는 지난해에도 컨테이너선 작업 도중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같은 해 국내 조선소 사업장 전체에서 13건의 중대재해로 17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 가운데 3명이 한화오션 소속이었다. 결국 한화오션이 업계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가장 많은 사업장으로 기록된 셈이다. ‘연이은 인명사고’라는 수식어는 이제 한화오션과 김 대표를 따라붙는 고질적 리스크가 됐다.

◆반복되는 사과, 그러나 바뀌지 않는 현실

사고 직후 김 대표는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유가족에 대한 조의를 표했다. 그는 “유족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노동계와 업계 일각에서는 매번 사과와 대책이 반복될 뿐이고 근본적인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현장 안전 시스템을 뿌리부터 바꾸지 않는 한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화오션의 안전 부실은 이미 지난해에도 국정감사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당시 거듭된 사망사고로 인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정인섭 거제조선소 사장을 증인으로 불러 질타했고, 논란은 김희철 대표 체제의 책임론으로까지 번졌다.

김 대표는 직접 출석하지 않았지만 회사 대표 자격으로 사과문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그럼에도 현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불신은 누적됐다. 이번 사고는 그동안 제기된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경영책임자인 김 대표와 안전 담당 임원들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 그동안 글로벌 수주 확대 성과로 ‘성과형 최고경영자(CEO)’라는 평가를 받아온 김 대표가 이제는 반복된 안전사고로 정반대의 시선에 직면한 셈이다.

이러한 법적 리스크는 한화오션의 대외 신뢰와 기업 이미지에도 직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대표는 방산과 해양플랜트 결합 전략, 친환경·스마트십 기술 투자 등은 업계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잇따른 인명사고는 이러한 성과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오션

◆글로벌 경쟁력 안전 없이는 '무의미'

노동계는 한화오션의 가장 큰 리스크로 ‘안전 문제’를 지적한다. 원청과 협력사 간 책임 불분명, 인력 부족으로 인한 작업 강도, 하청 구조의 한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사고가 반복된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가 여러 차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안전경영’을 강조했지만 아직 현장 체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화오션은 글로벌 해양방산 강자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해왔다. 그러나 해외 발주처들은 안전 관리 수준을 중요한 평가 요소로 삼는다. 사고가 잇따르면 기업 신뢰도와 ESG 평판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김 대표는 전략적 수주와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으로 성과를 인정받았지만 반복되는 사망사고는 리더십을 다시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관건은 이번 사고 이후 내놓을 근본적 재발 방지 대책이다. 안전 관리 체계와 조직 문화, 협력사 구조까지 손대는 대대적 개선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안전에 대한 불신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김 대표의 리더십은 두 가지 평가 사이에 놓여 있다. 한화오션을 글로벌 강자로 키운 CEO라는 성과와 반복된 사고에도 안전 리더십을 증명하지 못한 CEO라는 비판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내놓을 대책과 실행이 그의 리더십을 판가름할 결정적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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