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신사업·투자 가속… 글로벌 리더십 강화 시동
반도체·파운드리 재건 통해 글로벌 경쟁 재도약 준비
2026년 삼성전자 반도체 반전 원년 삼겠다 의지 비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서울와이어 DB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9년 넘게 이어진 사법 리스크를 벗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본격적인 경영 행보에 나섰다. 대법원의 최종 무죄 확정으로 총수로서 리더십이 재확인된 만큼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와 대규모 인수합병(M&A), 반도체 재건 등 삼성의 미래 전략 추진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총수 리더십 회복… 미래 성장 큰 그림

이 회장은 17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상고심에서 최종 무죄를 확정받았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 이후 이어진 사법 리스크가 마침내 종결된 순간이다.

그동안 이 회장의 경영 행보는 법적 불확실성으로 제한을 받아왔으나 이번 판결로 사법 리스크가 해소됨에 따라 삼성의 글로벌 투자와 사업 재편 전략이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고법 형사13부는 지난 2월3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회장은 2심 무죄 선고 직후부터 공격적인 글로벌 경영 행보를 이어왔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해외시장을 잇달아 방문해 전장(자동차 전자장비), 인공지능(AI), 디지털 헬스케어 등 미래 신사업 분야의 확대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최근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열린 ‘선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해 글로벌 정보기술(IT)·미디어 업계의 유력 인사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 구축에 나섰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AI 분야 투자 및 신사업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자회사 하만을 통해 미국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고 독일의 공조기기 전문업체 플렉트를 2조4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대규모 인수합병을 직접 챙기며 신성장 동력 확보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젤스와도 인수 계약을 체결해 헬스케어 분야 진출을 강화할 전망이다. 이러한 행보는 이 회장이 ‘뉴삼성 시대’를 위한 대형 빅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 수원 사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수원 사옥. 사진=삼성전자

◆글로벌 보폭 확장… 신사업·투자 통한 '뉴삼성' 구축

1991년 삼성전자에 총무그룹 부장으로 입사한 이 회장은 경영기획팀 경영전략담당 전무,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부사장과 사장, 부회장을 거쳐 이건희 선대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그룹 경영을 총괄해왔다.

사법 리스크에서 해방된 이 회장은 앞으로 전략적 투자를 통한 기술력 강화에 집중할 전망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고 미래 성장 동력까지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국내 로봇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 AI 스타트업 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 메드테크 기업 소니오 등을 잇달아 인수해 신사업 기반을 넓혔다.

삼성전자 팹(반도체 공장)에서 직원들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팹(반도체 공장)에서 직원들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반전' 직접 챙긴다

이 회장은 2026년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반전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파운드리(2나노) 분야에서 경쟁사 추격을 벗어나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이다.

메모리에서는 6세대 HBM4로 승부수를 띄웠다. 삼성전자는 경쟁사보다 한 세대 앞선 ‘1c D램’ 공정을 활용한 HBM4 양산을 준비 중이다. 이 회장은 수율 개선과 고객사 확보 상황을 직접 보고받아 2026년 하반기 본격 양산을 목표로 삼았다. 엔비디아와 협력 재개도 기대된다.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2나노 공정 투자를 집중한다. 이 회장은 2024년 조직 개편을 통해 한진만 사장을 파운드리 사업부 수장으로 전면 교체하며 2나노 공정 중심의 반전을 주문했다. 현재 1세대 2나노 공정(SF2)은 수율이 40%를 넘겼고 하반기 60%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어 2세대 2나노(SF2P) 공정도 성능·전력효율을 개선한 설계를 완료했다.

텍사스 테일러 신공장도 2026년 본격 가동될 예정으로 이 회장은 미국과 유럽 현지시장을 겨냥한 생산 확대 전략도 직접 챙겼다. 최근에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과의 협력을 비롯해 프랑스 정부와의 투자 협상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반도체 사업 재건의 기회를 모색 중이다.

삼성전자 화성 캠퍼스 팹(반도체 공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 캠퍼스 팹(반도체 공장).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재건·지배구조 혁신… 새 도약 준비

이 회장은 반도체 경쟁력 강화와 지배구조 혁신 등 본격적인 경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 패권 경쟁 심화 속에서 메모리·파운드리 양대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고도화와 파운드리 기술 혁신을 위한 전략적 투자를 이어가며 주력 사업의 재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리더십 아래 대규모 투자와 기술 혁신을 추진하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다시 확보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정당성을 재확인한 가운데 삼성은 보다 투명하고 선진화된 지배구조 구축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순환출자 해소와 준법 경영 강화 등으로 지속가능한 경영 체계 구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털고 본격적인 리더십을 펼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며 “앞으로 삼성의 기술력과 글로벌 경쟁력을 통해 시장에서 새로운 성과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선 반도체 재건과 경영 혁신으로 삼성이 다시 한 번 글로벌시장에서 도약할 수 있을지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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