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4조달러 돌파, '역사상 최초'
전 세계 기업·정부 나서 GPU 확보
30년 GPU 외길… AI 파도 올라타
인공지능(AI) 산업이 개화하자 영원할 것 같았던 ‘CPU 시대’를 끝내버린 기업이 등장했다. 미국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엔비디아(NVIDIA)가 그 주인공으로, 주력 제품인 그래픽 처리장치(GPU)가 AI 컴퓨팅에서 각광 받으며 매년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인다. 전 세계 시가총액 1위마저 탈환한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기업’ 엔비디아는 이제 AI 시대 판도를 흔드는 주역이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AI 붐이 일기 전, 게임용 그래픽 카드 ‘지포스(GeForce)’ 시리즈로 유명했던 엔비디아는 창업 초창기부터 오로지 GPU 개발에만 매진해 온 기업이다.
30년 넘게 축적된 남다른 노하우를 통해 GPU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엔비디아는 기술 혁신을 이어가며 세계 GPU 패권을 장악했다.
◆'시총 4조달러'… 수요 절대 우위 상황
지난 10일 엔비디아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4조달러(약 5500조원)를 돌파했다.
지난해 6월 초 3조달러 시대를 연지 불과 14개월 만이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에만 20%이상 상승했고, 2023년 초 이후로 1000% 이상 급등했다.
시총 4조달러는 그간 미국 주식시장 ‘마의 벽’이자 ‘꿈의 숫자’로 불렸다. 21일 기준 삼성전자 시총(401조원) 13개를 합친 것 보다 높다. 그만큼 4조달러의 벽은 매우 높아 이에 도달한 기업이 없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애널리스트는 이에 대해 “엔비디아에 역사적인 순간이며 기술 산업이 저력을 과시하는 순간”이라며 “AI 혁명이 AI를 구동하는 하나의 칩 회사, 엔비디아에 의해 성장의 다음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 주가가 천장을 뚫고 상승한 이유는 AI 칩 수요가 폭발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아마존, 알파벳(구글), 오픈AI, 테슬라 등 빅테크를 비롯해 한국의 네이버, KT, SK텔레콤, 카카오 등의 기업들도 엔비디아 GPU를 구매하기 위해 수천억~수조원대의 막대한 돈을 지출하고 있다.
여기에는 엔비디아의 대체품이 딱히 없는 시장 상황도 수요가 몰리는 데 한몫했다. 다른 업종을 일절 건드리지 않고 오로지 GPU 사업만 영위해 온 엔비디아의 기술력은 후발 주자들이 따라잡기 어려운 형국이다.

또 국가 또는 정부가 안보, 데이터 주권,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체 AI를 구축하는 ‘소버린 AI’의 중요성이 떠오르자 엔비디아 GPU는 주요국 정부 차원에서 구매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도해 1조5000억원을 투입, 엔비디아 GPU 1만장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5월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를 위해 직접 방미해 엔비디아 임원을 만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AI가 산업 현장은 물론 일상생활에도 완전히 녹아들면서 GPU 수요가 절대적 우위인 상황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도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 GDDR 등 핵심 부품을 공급하기 때문에 한국과의 경제적 연관성도 주목된다.
재계 관계자는 “세계 경제 규모 6위인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약 3조8400억달러인 것으로 평가되는 것을 보면, 엔비디아 시총 4조달러는 경이로운 수치”라며 “지난해 국내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을 납품해 성장한 것처럼, 엔비디아는 한국과도 경제적 연관성이 밀접하다”고 말했다.
◆'GPU 외길' 걷다, AI 대전환 파도 올라타
엔비디아는 1993년 대만계 미국인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와 커티스 프라이엄, 크리스 말라초스키 3인의 실리콘 밸리 컴퓨터 엔지니어가 미국의 식당 프랜차이즈인 데니스(Denny’s)에서 창업한 일화로 전해진다.
초창기 엔비디아가 주력으로 노린 시장은 게임이다. 당시 게임 시장은 3D 그래픽이 막 도입된 시점이었고, 게이밍에서 CPU를 도와 원활한 그래픽 환경을 만들어주는 3D 가속 카드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관련 기술 개발에 매진해 1999년에는 세계 최초의 GPU인 ‘지포스 256’을 출시하며 현 AI 알고리즘의 뿌리로 여겨지는 병렬 컴퓨팅의 길을 열었다.
이후 엔비디아가 기업 이익 구조를 완전히 변화시킨 모멘텀이 찾아왔는데, 2010년대 비트코인 채굴 열풍과 AI·딥러닝 혁명이다. 그 이전까지 엔비디아의 주된 성장 동력은 고성능 3D 그래픽용 수요였으나, 이 시기를 기점으로 주력 제품이 기업의 AI용 GPU로 완전히 뒤바뀐다.
암호화폐 업계와 AI 개발 업체를 중심으로 GPU의 행렬 연산이 채굴과 AI 학습·추론에 큰 효율을 발휘한다는 실증분석이 나왔고, 고성능 GPU를 생산할 수 있는 엔비디아에 수요가 몰렸다.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는 데이터센터·서버·클라우드용 GPU를 구동하는 데 자사의 소프트웨어와 전용 하드웨어 인프라 등 특수 연결 장비를 사용하도록 해 독점력을 강화했다.

엔비디아는 AI 대전환기 파도에 제대로 올라탐에 따라 황 CEO도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그는 올 초 미국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전 세계의 모든 AI 관련 기업과 협업하고 있는 유일무이한 AI 기업”이라며 “우리는 의심할 여지 없이 클라우드·자동차·로봇·기업용 AI 등 모든 걸 갖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엔비디아는 반도체 기업이 아닌 AI 인프라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황 CEO는 “과거에야 우리가 칩을 만들면 누군가가 그 칩을 사고 자사 컴퓨터에 넣어서 컴퓨터를 파는 방식이었지만, 이제 이건 옛날 이야기”라며 “우리가 지금 하는 것은 수천억달러가 투입되는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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