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실무형 리더’… 오는 30일 각자 대표 선임
수익성 압박 속 PLCC 재정비·신사업 전략 시험대

[서울와이어=박동인 기자] 현대카드가 '실무통' 조창현 전무를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하기로 결정하며 장기적인 세대교체와 실질경영 강화에 나섰다.
이달 30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각자 대표 체제로 회사를 이끌게 된 조 신임 대표는 ‘조직을 가장 잘 아는 리더’이자, 정 부회장의 미래 지향 전략과 호흡을 맞출 ‘관리형 리더’로서의 기대를 받고 있다.
◆ ‘20년 현대맨’… 실무통에서 대표까지
조창현 현대카드 신임 대표는 1996년 삼성카드를 시작으로 금융권 경력을 쌓아온 정통 카드업계 출신 인사다. 2004년 현대카드에 합류한 이후로는 20년 넘게 다양한 조직을 거치며 실무와 전략을 두루 경험한 인물로 꼽힌다. 마케팅 전략과 신용판매 기획, 금융영업, 고객관리(CLM) 등 핵심 분야에서 실적과 성과를 쌓아오며 내부 신망도 높다.
그는 특히 상업자표시전용카드(PLCC) 사업을 현대카드의 주력 비즈니스로 키워낸 핵심 전략가로 평가받는다. 스타벅스, 배달의민족, 대한항공, 현대차 등 국내외 유수 브랜드와의 제휴 협약을 이끌며 PLCC를 넘어 ‘브랜드 공동체’ 수준으로 진화하는 데 중심 역할을 했다.
현대카드 안팎에서는 조 대표를 ‘탄탄하게 다져진 실무형 리더’라고 평가들 한다.
내부적으로 일선 조직을 직접 이끌며 꼼꼼한 업무 스타일과 균형감 있는 판단력, 열린 소통 능력으로 실무진의 신뢰를 얻었다. 정태영 부회장이 미래 지향적이고 창의적인 경영에 방점을 둔 리더라면, 조 대표는 전략과 조직 안정성을 책임지는 균형형 리더로 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현대카드가 조 전무를 대표이사로 내정한 것은 단순한 승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2021년부터 도입한 각자 대표 체제는 ‘혁신’과 ‘안정’이라는 두 기둥을 중심으로 운영돼 왔으며, 이번 인사는 그 균형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조 대표는 오랜 시간 전략기획부서와 상품본부를 넘나들며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체계 정립에도 기여해온 인물이다. 그는 현대카드가 기술 기반 금융사로 정체성을 확장하는 흐름에서 내부 역량을 결집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조율자 역할을 맡아왔다.
◆ PLCC 재계약·수익성 회복… 조창현號 시험대 본격화
조 대표가 취임과 동시에 맞닥뜨릴 최대 과제는 PLCC 사업의 지속 가능성이다. 현대카드는 지난 수년간 PLCC를 중심으로 외형을 확대해왔지만, 최근 주요 파트너들과의 계약이 순차적으로 만료되는 상황이다. 핵심 제휴처와의 관계 재정립은 현대카드의 수익성뿐 아니라 시장 위상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카드업계 전반이 비용 절감과 수익성 회복이라는 과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PLCC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고객 충성도는 높지만 파트너사에 제공하는 혜택 비용과 마케팅 분담률이 높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과거 PLCC 도입 및 확장 초기부터 직접 계약 실무를 총괄해왔던 만큼 ‘지나치게 비싼 협업’이 아닌 ‘효율적인 동반 성장’이라는 메시지를 파트너에게 설득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실제 올해 1분기 현대카드의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6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했다. 영업수익은 증가했지만, 수익성 지표에서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외형은 키웠지만 법인 중심 카드 사용의 비중 증가와 고비용 마케팅 구조가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조 대표는 실적 방어와 내실 다지기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입장이다.
신사업 대응도 관전 포인트다. 최근 카드사들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상표권 선점에 나서고 있으며 KB·신한 등 대형사는 관련 기술 확보와 서비스 구조 설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현대카드는 아직 관련 상표권을 출원하지 않는 등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조 대표 체제에서도 이러한 ‘선택적 신중함’이 유지될지, 혹은 디지털 자산 진출 전략이 가속화될지는 불확실하다.
현재 조 대표 앞에는 고객 기반 확대, 브랜드 재정립 등의 과제가 놓여 있다. 각자 대표 체제 아래 정태영 부회장이 미래 전략을 구상한다면, 조 대표는 현재의 성과를 지키고 끌어올려야 하는 ‘실행형 리더’로서의 무게를 짊어진 셈이다. 여러 문제를 앞두고 있는 만큼 그의 실행력과 리더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