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급등 우려… 주력 공정 비용 압박 심화
관세 장벽 고착화, 글로벌 경쟁력 하락세 가속
배출권 비용 폭증, 현장 대응 여력 갈수록 축소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정부가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으로 확정하면서 철강업계에 초대형 충격파가 번지는 모양새다.
올해 3분기 들어 중국발 감산과 반덤핑 관세 효과로 실적 반등의 조짐을 보였지만 전기료 급등과 배출권 비용 폭증 가능성까지 더해지며 업황 회복 흐름이 다시 꺾일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NDC 상향으로 산업 부문은 최소 24~31%의 탄소 감축을 요구받는다. 한국은 2018년을 기준으로 2035년까지 약 17년 동안 감축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주요국이 이미 감축 정점을 일찍 지나 완만한 전환을 진행 중인 것과 달리 국내 산업계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구조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철강업은 공정 특성상 탄소 배출 회피가 어렵고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시점도 2037년 이후로 예상돼 당장 감축 목표를 맞추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기료 폭탄도 기정사실화됐다. 정부는 발전 부문의 배출권 유상할당 비율을 2030년까지 10%→50%로 단계적으로 올릴 계획이다. 발전사가 부담하는 수조원대 탄소 비용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전가되면 대규모 전력 의존 산업인 철강업계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업계는 배출권 확보에 필요한 비용만 수천억원대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기요금까지 오르면 공정 운영 부담이 한층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통상 환경도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은 올해 철강 관세를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했고 한미 통상 협상에서도 철강은 논의조차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유럽연합은 무관세 수입쿼터를 크게 줄이고 초과 물량에 50% 관세를 부과하며 장벽을 높이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철강산업 경쟁력 법안(K-스틸법) 처리가 지연돼 지원 체계가 공백 상태다. 해당 법안에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위원회 설치와 5년 단위 기본계획 수립, 수소환원제철 등 녹색 전환 기술 지원, 세제·금융 지원 근거 등이 포함됐다. 업계가 요구해온 제도적 기반이 담겼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다만 여야 간 이견으로 지난 13일 본회의 상정이 무산되면서 일정이 지연됐고 법안이 처리되더라도 시행까지는 최소 6개월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오는 27일 예정된 본회의 처리 여부가 업계의 핵심 관심사로 떠올랐다.
실적 회복세도 ‘착시’라는 지적이 나온다. 3분기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모두 영업이익이 개선됐지만, 이는 중국의 감산과 원가절감 등 일시적 요인이 컸기 때문이다. 중국 철강사는 고부가 제품 생산설비 투자 확대에 나섰다. 일본제철·US스틸은 미국시장에서 스페셜티 강재 생산시설을 증설 중이다. 이로 인해 글로벌 주요국의 고급강 공급능력이 꾸준히 확대됐다.
업계는 감축 목표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적용 속도가 빠를 경우 생산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부 기업은 전력비와 원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해외 생산거점을 늘리는 움직임을 보인다. 에너지 비용 격차가 확대될 경우 해외 이전이 더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미 글로벌 공급 과잉과 고관세로 수익성이 약한데, NDC 상향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목표까지 부과했다”며 “수소환원제철·그린스틸 전환을 위한 대규모 연구개발(R&D)·인프라 지원 없이는 내수·수출 모두 붕괴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