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LM 공개·해외 결제망 확장…"디지털 금융플랫폼 전환"
데이터 면허 5종 확보·자체 카드 확대…수익다변화 주목

[서울와이어=박동인 기자] 최원석 BC카드 대표이사 사장은 취임 5년 차를 맞은 현재 데이터·AI 기반 금융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언어모델 공개, 중앙아시아 결제망 확대, 데이터 사업 풀 라이선스 확보 등 성과를 거두며 변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케이뱅크 상장 지연과 수수료 인하, 회원사 이탈이라는 구조적 난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최 사장의 리더십이 BC카드를 ‘수익 다변화의 정착기’로 이끌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 기술·데이터 경영으로 체질 전환 시도
1963년생인 최 사장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경제정책대학원(석사), 뉴욕대 스턴스쿨(MBA) 과정을 거쳤다. 고려증권·장은경제연구소·삼성증권을 거쳐 에프앤가이드와 에프앤자산평가를 이끌며 금융과 데이터 융합에 앞장섰고, 2011년부터 10년간 에프앤자산평가 대표를 맡아 ‘스마트퀀트’ 같은 혁신 솔루션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배경은 BC카드 사장 취임 후 곧바로 ‘기술 중심 경영’으로 이어졌다. 그는 취임 이후 44건의 특허를 출원해 BC카드 전체 등록 특허의 36%를 차지하게 했고, 직접 NFT·블록체인 기반 결제 관련 특허 2건을 보유하는 등 기술 성과에 대한 개인적 오너십도 보였다.
AI 분야에서는 과감한 오픈 전략으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에는 저가 장비에서도 구동 가능한 초거대언어모델(LLM) 18종을 글로벌 플랫폼에 공개했고, 2월에는 금융 언어 자료(말뭉치) 180만 건을 무상 배포했다.
작년에는 ‘K-금융 특화 AI’를 오픈하며 KT그룹과의 기술 협력을 강화했고 올해 글로벌 AI 기업 퍼플렉시티·데이터브릭스와 협력해 차세대 서비스 발굴과 데이터 인프라 혁신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도 발 빠른 행보를 이어갔다. 2021년 베트남 POS 기업 인수, 2022년 인도네시아 QRIS 파트너 단독 선정, 2024년 말레이시아 페이넷과의 QR결제 인프라 개방이 대표적이다.
중앙아시아에서는 몽골 ‘티카드(T-Card)’ 국내 사용 연동, 우즈베키스탄 NIPC와 결제망 연결해 키르기스스탄 합작사 ‘BCKG’ 설립 등 결제 인프라 교두보를 확보했다. 40년간 쌓아온 결제 프로세싱 역량을 디지털 금융 실크로드로 확장하려는 구상이 구체화된 것이다.
국내에서는 데이터 사업 다각화에 힘을 쏟았다. 작년 5월 ‘기업정보조회업’ 허가를 취득하며 데이터 사업 5대 핵심 면허를 모두 확보, 금융·비금융 데이터 결합 기반의 서비스 출시가 가능해졌다.
마이데이터 ‘내자산’, 개인사업자 신용평가 ‘비즈 크레딧’ 서비스는 대표적 성과다. 카드사 중 가장 먼저 가명정보 결합전문기관으로 지정된 것도 그의 데이터 드라이브를 보여준다.
수익 구조 다변화를 위해 자체 카드 발급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블랙핑크 카드, 케이뱅크 PLCC, ‘시발(始發)카드’, ‘인디비주얼 카드’, 로스트아크 PLCC, 신세계 BC바로카드, 컬리 PLCC 등 차별화된 상품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자체카드 수수료 수익 비중을 2021년 0.3%에서 올해년 1분기 1.6%로 늘렸다.
◆ 케이뱅크 상장 변수와 수익성 개선 돌파해야

실적은 개선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냈다. 2021년 1190억원이던 연결 순이익은 작년 1382억원으로 회복했지만, 올해 1분기 순이익은 341억원으로 전년 대비 29.9% 줄었다.
케이뱅크 상장 연기와 파생상품 평가손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영향이 컸다. 실제 지난 2월부터 카드 수수료율은 연매출 3억원 이하 가맹점 기준 0.4%까지 내려갔다. 2021년 88.1%에 달했던 매입업무 수익 비중도 지난 1분기 77.6%로 낮아졌다.
케이뱅크 변수도 큰 부담이다. BC카드는 케이뱅크 지분 33.72%를 보유한 대주주다. 상장 지연으로 평가손익 변동에 직접 노출된 데다, 재무적투자자(FI)들과 체결한 상장 조건부 풋옵션·동반매각청구권 계약에 따라 내년 7월까지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7000억원대의 자금 소요가 발생할 수 있다.
내부 관리 리스크도 도마에 올랐다. 지난 4월 직원이 단기카드대출 한도를 자의적으로 상향해 16억원을 인출한 사고는 5월 전액 회수되며 일단락됐으나 ‘셀프 한도 상향’이라는 구조적 허점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업계는 최 사장의 리더십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특히 토크콘서트를 열고 임직원과 소통을 시작하며 ‘원스틴(Onestein)’이라는 닉네임으로 MZ세대 직원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문화를 만든 점이 주목 받는다.
AI·데이터 성과를 생태계와 공유하며 BC카드를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따른다.
일각에서는 최 사장이 추진하는 ‘디지털 금융 실크로드’ 구상이 BC카드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자리 잡을 경우, BC카드가 단순한 카드결제 대행사를 넘어 ‘데이터 기반 금융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사장은 “BC카드 성장 기반에는 BC네비게이터들의 아이디어가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올해도 더욱 다양한 고객들의 의견을 청취해 고객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BC카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