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 조기 종료 임박해
전기차 타격 불가피… 업체 줄줄이 전략 수정
하이브리드 생산 강화… 가격 인상은 고심 중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미국이 25% 자동차 관세에 더해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조기 종료하면서 현대차그룹이 위기에 몰렸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기아의 올해 2분기 실적이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회사는 성장 동력인 하이브리드 판매에 집중하고, 미국 공장 생산량을 늘리는 방법으로 하반기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각각 3조6292억원, 3조1286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32.1%, 14.1% 줄었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도 전년보다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현대차 영업이익이 13조1444억원, 기아는 11조3672억원으로 집계했다. 지난해 대비 각각 7.7%, 10.3% 감소한 수치다.
이러한 전망과 비슷한 성적이 나오게 되면 현대차는 2년 연속, 기아는 8년 만에 전년 대비 감소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관세와 전기차 혜택 감축 등 미국발 정책 불확실성이 현대차·기아 실적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본다.
미국 하원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는 전기차 구매 시 적용되던 세액공제가 오는 9월30일부로 종료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신규 전기차 구매 시 제공되던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와 중고 전기차 구매 시 최대 4000달러를 지급하던 혜택은 전면 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전기차 혜택 폐지 직전에 구매가 몰려 판매량이 반짝 상승할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전기차 판매 둔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법안에는 미국 기업에 유리한 조항이 포함됐다. 기업 평균 연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제조사에 부과되던 벌금 규정이 폐지될 예정인데, 이는 내연기관차 생산 기업에 유리하다.
미국 전기차 수요 감소가 유력해지자 완성차 업체도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
미국 내 판매 1위인 도요타는 내년 출시 예정이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을 2028년으로 연기했다. 혼다도 2027년 미국 시장을 겨냥해 출시할 계획이던 대형 전기 SUV 개발을 중단했다. 포드도 대형 전기차 개발을 철회했고 닛산도 개발 중이던 전기차 모델 2종을 중도 포기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약 12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테슬라에 이어 점유율 2위를 기록한 만큼 타격이 불가피해 보이나, 전기차가 그룹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은 만큼 개발 로드맵을 급격히 변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하이브리드에 생산을 더 집중해 전기차에서 이탈한 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전기차 특화 공장으로 설계된 미국 조지아주(州)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하이브리드 혼류 체제로 변환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HMGMA 공장에 내년부터 하이브리드를 투입한다”라고 밝혔다.
또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 핵심 SUV 모델인 투싼 생산을 중단하고, 미국 공장에 투싼 물량을 넘기는 등 미국 생산량을 늘려가고 있다.
HMGMA 생산량도 연간 30만대에서 50만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 연 36만대의 앨라배마 공장, 연 34만대의 기아 조지아 공장을 합쳐 총 120만대의 생산체계를 갖추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미국 판매량 170만대의 약 70%를 현지에서 생산하는 셈이 된다.
관세 위협도 이제 상수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한국 정부에 보낸 관세 서한에서 자동차 관세를 낮춰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며 당분간 차관세는 25%가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4월 자동차 관세 발효 때부터 현지 재고를 최대한 소진하며 관세 타격을 최소화했지만, 이마저도 재고가 바닥을 보이고 있어 실적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창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관세가 없었을 경우 영업이익은 3조9890억원으로 추정되지만, 관세 때문에 3조186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연간 기준으로는 올해 약 3조290억원, 내년 3조760억원이 관세 비용으로 지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협상 장기화를 고려해 가격 인상 등 여러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다만 최종 결정은 아직 내리지 않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량 가격 인상 여부와 최종 결정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내부적으로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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