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여한구, 영국 스코틀랜드 급파…협상 총력
日·EU 15% 합의에 韓, ‘MASGA’로 돌파구 모색

[서울와이어=박동인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8월1일(현지시간)로 예고한 상호관세 부과 시한이 다가오면서 한국 정부 협상단이 미국 협상단 동선을 따라 유럽까지 오가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체류 중인 영국 스코틀랜드로 급히 이동해 대통령을 수행 중인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등 핵심 인사와의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이미 지난 24~25일 워싱턴DC와 뉴욕에서 러트닉 장관을 두 차례 만나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특히 25일에는 뉴욕 소재 러트닉 장관 자택까지 찾아가 협상을 이어간 뒤, 그가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 스코틀랜드로 향하자 곧바로 뒤를 쫓았다.
러트닉 장관과 사전에 스코틀랜드에서 별도 회동 일정을 잡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관세 부과 유예 시한이 임박한 만큼 추가 협상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러트닉 장관은 27일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열린 미·EU(유럽연합) 정상회담 자리에는 참석해 무역 합의 발표를 지켜봤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미·영 정상회담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백악관 공동기자단에 따르면 그는 이날 오후 트럼프 대통령의 스코틀랜드 애버딘행 전용기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아, 워싱턴DC로 먼저 돌아갔을 가능성이 높다. 김 장관과 여 본부장 역시 스코틀랜드 체류를 마치고 곧장 워싱턴DC로 이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무역협상 핵심 '키맨'인 러트닉 장관의 행보를 뒤따르며 협상 기회를 최대한 확보하려는 모습이다.
정부는 내달 1일 이전 합의를 목표로 협상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도 상호관세 부과 전날인 오는 31일 각각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 미국 측 인사들을 만나 힘을 보탤 예정이다.
그러나 협상 환경은 녹록지 않다. 일본과 EU가 미국과 잇따라 합의를 맺으며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자동차와 반도체 등 한국 핵심 수출 품목도 15% 관세 적용 대상에 포함돼 협상 부담은 더 커졌다.
일본이 5500억 달러, EU가 6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 에너지·무기 등 미국산 제품 대량 구매까지 내놓은 것도 한국 측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언론은 러트닉 장관이 한국에 4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요구했다고 보도했지만, 한국 정부는 ‘1000억 달러+α(알파)’ 수준의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한국 협상단은 조선업 협력을 핵심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김 장관은 25일 뉴욕 협상에서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라는 이름의 수십조 원대 협력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러트닉 장관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