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와이어=김민수 기자]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에 대한 규율 체계 마련에 나섰다. 최근 국내 주요 가상자산거래소들이 레버리지를 활용한 대여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면서, 투자자 보호 장치가 부족하다는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1일 금융당국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전날 디지털자산거래소협의회(DAXA)와 주요 가상자산거래소,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정부서울청사에서 킥오프 회의를 열었다.
이번 TF는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의 기본적인 규율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출범했으며, 해외 주요국 규제 현황과 주식시장 등 유사 사례를 검토한 뒤 업권이 공통으로 준수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르면 8월 중 가이드라인 초안을 마련하고 이후 법령 정비까지 추진할 방침이다.
최근 가상자산거래소들은 예치금이나 보유 코인을 담보로 가상자산을 빌려주는 대여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빗썸은 보유 자산이나 원화를 담보로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테더 등 10종의 코인을 최대 4배까지 빌릴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업비트도 테더, 비트코인, 리플 등 3종을 대상으로 원화 예치금이나 디지털 자산을 담보로 한 대여 서비스를 제공했다. 투자자는 빌린 코인을 매도한 뒤 가격이 떨어지면 낮은 가격에 되사서 갚는 방식으로 사실상 공매도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에 대여 서비스와 관련된 명확한 규율 체계가 없어 법적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세가 예상과 달리 급격히 변동할 경우 최대 4배의 레버리지를 적용한 투자자가 막대한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당국은 레버리지 과다 제공과 금전성 대여 등 법적 근거가 불분명한 서비스는 이용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거래소들에 재검토를 요청했다.
지난달 25일 금융당국은 5개 가상자산거래소 임원들을 소집해 코인 대여 서비스와 관련한 계획을 청취하고, 법적 쟁점과 투자자 보호 미흡 문제에 대해 강한 우려를 전달했다. 이후 업비트는 대부업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28일부터 테더 대여 서비스 지원을 중단했다. 반면 빗썸은 29일 서비스 체계를 일원화했으나 최대 4배 레버리지는 유지하고 있다. 현재 빗썸은 대여 가능 수량이 소진돼 신규 신청을 일시적으로 받지 않고 있다.
TF는 레버리지 제공 허용 여부, 적합성 원칙 적용 범위, 서비스 대상자 제한, 대여 가능 자산 범위, 이용자 교육 및 사전 고지 체계, 종목별 공시 방안 등을 논의한다. 또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거래소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 체계도 함께 다룰 예정이다. 자율규제에는 주식시장 규제와 유사하게 공매도 및 마진거래 한도, 개인투자자의 사전 교육 의무, 공매도 잔고 공시 등도 포함될 전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단계 입법 전이라도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용자 보호를 위해 서비스 전반에 걸쳐 규율 체계를 정립하고 제도화까지 병행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