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신라면세점, 눈덩이 적자에 '임대료 조정' 신청
인천공항공사, 2차 기일 불참 예정…"배임 소지 있다"
철수·본안 소송 등 최후 수단 검토, 승자의 저주 현실화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고정빈 기자] 면세업계의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인천국제공항에 면세점이 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신라·신세계면세점과 인천국제공항공사와의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6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은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운영과 관련한 임대료 조정을 법원에 신청했다. 이에 지난달 30일 1차 조정기일 이후 법원은 공정한 판단을 위해 감정촉탁을 실시했으며 오는 14일을 2차 조정기일로 지정했다. 

법원은 당사자들의 주장과 제출자료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현 시점에서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임대료 수준을 산정하는 것이 조정절차의 핵심이라 판단하고 감정을 허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조정에 응할 이유가 없다며 2차 기일은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유지 중이다. 현행 임대료 체계는 국제 입찰까지 거쳐 확정한 계약사항인데, 업황이 악화했다고 해서 계약을 중도에 변경하는 것은 배임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신라·신세계면세점은 본안 소송 등 최후 수단까지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두 면세점은 손실을 감내하며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매출 부진으로 매달 50억~60억원 규모의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수준의 손실이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천문학적 위약금을 감수하기 어려워 철수까지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신라·신세계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납부하는 연 임대료는 3200억원에 달하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두 면세점은 2023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10년 계약으로 따냈다. 당시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기존 고정 임차료에서 공항 이용객 수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신라면세점은 DF1구역에, 신세계면세점은 DF2 구역에 각각 공항이용객 1인당 약 9000원 수준의 단가를 제출했는데, 이는 최저입찰가보다 60% 이상 많은 금액이다. 입찰 당시에도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결국엔 우려가 현실이 됐다. 인천공항 이용객 수는 빠르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이상을 회복했으나 면세점 수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019년 25조원에 달했던 국내 면세산업 규모는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15조5000억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14조2249억원에 머물렀다. 해외 주요 공항들이 임대료 감면에 유연하게 대응한 것과 대비된다.

인천공항공사가 2차 조정기일에 불참하면 협상은 사실상 결렬된다. 재입찰 시 더 낮은 입찰가가 형성될 가능성도 크다. 이에 인천공항에 면세점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월 수십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지금처럼 버텨내기는 힘들 것이다. 국내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활성화를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공사와 면세점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합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양측 모두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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