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제외시 역성장

[서울와이어=황대영 기자] SK하이닉스가 상반기 국내 기업 실적 판도를 사실상 주도했다.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 잡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에 힘입어, SK하이닉스는 6개월 만에 16조원을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500대 기업 이익 증가분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1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342개사의 2025년 상반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총 영업이익은 118조51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6조5694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를 제외할 경우 전체 영업이익은 1.7% 감소해, 사실상 대다수 기업들이 수익성 둔화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SK하이닉스 1개사의 실적이 전반적인 흐름을 반전시킨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 총 16조653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단일 기업으로는 실적 1위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99.3% 증가한 수치다. 2분기만 보면 영업이익 9조원을 돌파, 사상 최대 수준의 분기 실적을 경신했다.
이 같은 실적은 AI 반도체 수요 급증의 직접 수혜로 풀이된다. HBM(고대역폭메모리)은 고성능 AI 연산에 필수적인 부품으로, 엔비디아(NVIDIA)를 비롯한 글로벌 AI 서버 제조사들이 너도나도 SK하이닉스의 제품을 채택하고 있다. 특히 HBM3E 제품의 양산을 세계 최초로 시작한 점은 업계 주도권 경쟁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2024년 하반기부터 AI 메모리 시장의 ‘퍼스트 무버’로 자리잡으며 HBM의 사실상 독점 체제를 구축했다”며, “2025년 하반기까지도 이 같은 실적 흐름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의 뒤를 이은 실적 2위는 삼성전자였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11조36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4% 감소했다.
이어 ▲현대자동차(7조2352억원) ▲한국전력공사(5조8895억원) ▲기아(5조7734억원) ▲한화(2조4074억원) ▲한국수력원자력(2조3982억원) ▲LG전자(1조8985억원) ▲KT(1조7036억원) ▲삼성생명(1조6694억원) 순으로 영업이익 상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미국 관세, 수요 위축, 원자재 가격 변동성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전통 제조업과 에너지 업종은 적자폭이 컸다.
영업적자가 가장 컸던 기업은 삼성SDI로, 상반기 기준 831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4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내며 전지사업 수익성 방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뒤를 이어 ▲SK에너지(-5916억원) ▲롯데케미칼(-3771억원) ▲에쓰오일(-3655억원) ▲한화토탈에너지스(-3592억원) ▲HD현대케미칼(-2886억원) ▲엘엔에프(-2614억원) ▲HD현대오일뱅크(-2102억원) 등도 수천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번 상반기 실적에서 SK하이닉스의 존재감은 그야말로 절대적이었다. 500대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분 전체(6조5694억원)보다 SK하이닉스 1곳의 증가액(8조원)이 많았다. 이는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나머지 499개 기업은 실질적으로 역성장을 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