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하마에 패키징 연구소 설립
파운드리 재건 계획 일부로 분석
AI칩 핵심 패키징 기술 진일보 목표

삼성전자 패키징 연구소가 들어설 일본 요코하마시 미나토미라이21지구.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패키징 연구소가 들어설 일본 요코하마시 미나토미라이21지구. 사진=삼성전자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인공지능(AI)칩 공정에서 패키징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소부장(소재·부품·장비)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는 일본과 협력해 업계 선두인 TSMC를 추격하는 데 박차를 가한다. 

삼성전자는 일본 요코하마에 최첨단 패키징 연구개발(R&D) 거점을 신설하고 인재 채용, 기술 협업을 통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계 재도약을 이끌어내겠다는 목표다.

◆요코하마, 소부장 밀집… 연구에 ‘최적’

1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일본법인은 최근 요코하마시 미나토미라이21지구의 한 대형 빌딩을 매입해 패키징 연구소 구축을 본격화했다. 

이 건물은 연면적 4만7710㎡(약 1만4332평)의 지상 12층, 지하 4층 규모의 ‘리프 미나토미라이’ 빌딩이다. 조만간 이곳 일부 층에 패키징 연구소와 시험 생산설비가 들어가게 된다. 총 투자금은 2500억원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요코하마 지역을 점찍은 이유는 이곳이 소부장 연구개발(R&D) 거점이기 때문이다. 

도쿄일렉트론, 캐논, JSR, 스미모토화학 등 일본 주요 소부장업체가 이곳에 연구소와 생산시설을 두고 있다. 반도체 공정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 CMP 슬러리, 고순도 화학물질, 특수 가스 제조 업체도 몰려있어 요코하마는 ‘소재 클러스터’의 성격도 가졌다.

요코하마시 측도 삼성전자의 새 패키징 연구소를 ‘기업 입지 촉진 조례 인정 사업자’로 선정하고 25억엔(약 235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해 화답할 예정이다. 가동 시점은 2027년 3월이 목표다.

◆AI칩 성능 결정하는 ‘패키징’ 중요성 커져

삼성전자가 수많은 반도체 공정 중 패키징을 꼽아 해외 연구소 설립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해당 기술이 파운드리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AI칩 최종 공정인 패키징은 그래픽처리장치(GPU),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핵심 반도체를 연결해 단일체로 작동하게 하는 기술이다. 이름 그대로 기판 위 여러 부품을 고도의 기술로 포장하는 과정이다.

패키징은 반도체 기술이 한계에 봉착하자 등장한 기술이다. 반도체 회로 폭이 1나노미터(㎚·1㎚=10억분의 1m) 수준으로 좁아져 공정 난이도가 급상승하고 발전이 더디자, 여러 부품이 협업해 성능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내놓은 것이다.

삼성전자의 패키징 이미지.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패키징 이미지. 사진=삼성전자

이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업체는 대만의 TSMC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TSMC의 파운드리·패키징·테스트 시장 통합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29.4%에서 올해 1분기 35.3%로 올랐다. 뒤이어 인텔(6.5%), 대만 ASE(6.2%), 삼성전자는 5.9%로 4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현재 TSMC에 비해 패키징 기술에서 다소 열세다. 특히 서로 다른 칩을 수직으로 쌓고 배치하는 2.5차원(2.5D), 3차원(3D) 패키징에서 TSMC가 생산능력·기술력 모두 한수 위로 평가된다.

TSMC가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에서 70%에 가까운 난공불락의 시장 지배력을 갖게 된 것도 엔비디아 등 빅테크가 패키징을 TMSC에 모조리 맡겼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삼성전자는 일본 반도체 산업계와의 ‘맞손’이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자체 기술력 개발이나 국내 소부장과 협업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2023년 12월 일본 경제산업성과 요코하마시는 삼성전자가 일본에 패키징 투자를 진행한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올 하반기 이 계획을 구체화하게 됐다.

새 패키징 연구소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올해 초부터 반도체 연구 명문인 도쿄대에서 석·박사들을 대상으로 직접 채용 상담을 진행했다. 또 도쿄 여러 대학에서 채용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현지 인력을 흡수하는 데 공들인다. 올해 발탁된 인력은 신설 패키징 연구소에 투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반도체 소재 기업 나믹스가 장비를 전시하고 있다. 사진=나믹스
일본 반도체 소재 기업 나믹스가 장비를 전시하고 있다. 사진=나믹스

일본 소부장 업계와의 접점도 늘린다. 삼성전자는 신카와(장비), 디스코(장비), 나믹스(소재), 라조낙(소재) 등 여러 반도체 기술 특화 기업과 파트너십을 유지·강화하고 있다.

신카와의 경우 HBM 생산 필수 장비인 TC본더를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핵심 협력사고, 반도체 웨이퍼를 자르고 깎는 장비를 생산하는 디스코도 삼성전자와 오랜기간 거래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공정 노드 미세화가 둔화됨에 따라 패키징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메모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스템LSI 사업부뿐만 아니라 파트너사들과도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요코하마 패키징 연구소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파운드리 재건 계획의 일환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삼성 파운드리는 최근 22조8000억원 규모의 테슬라 계약을 이끌어내며 부활의 신호탄을 쏴 올렸는데, R&D 투자를 지속해 파운드리 미래를 착실히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대량생산 거점이 한국과 대만으로 옮겨간 사이 일본은 미세 기술과 소재 부문을 발전시켰다”며 “일본 소부장이 첨단 반도체 슈퍼을로 여겨지는 만큼 유연한 협업과 우호적 관계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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