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도체 보조금 상당 지분 요구 가능성
미 정부, 인텔 지분 10% 취득 계획…최대주주로
삼성전자 지분 약 1.58% 확보 예상돼
목소리 커진 美 정부, 추후 현지 생산 요구 가능성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을 직접 보조금 지원에서 회사 지분 취득 형태로 대대적으로 손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텔에 이어 삼성전자 지분도 취득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서면서, 글로벌 반도체 전쟁 속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키워 궁극적으로 ‘반도체 패권’을 되찾으려는 강경 행보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한국 반도체에 당장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나, 미 정부 지분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경우 미국 내 생산 증대 등 여러 압박이 들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트럼프, 인텔 이어 삼성전자·TSMC 지분 확보 나서
20일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삼성전자, TSMC 등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 지원의 대가로 회사 지분을 요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같은 방식으로 인텔의 지분을 취득하는 방안을 공개했는데, 자국 업체만 해당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예외 없이 모든 반도체 기업의 지분을 취득한다고 밝힌 것이다.
미 정부는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 시절 인텔에 109억달러(약 15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고, TSMC에는 66억달러(약 9조2000억원), 삼성전자는 47억달러(약 6조6000억원)를 주기로 합의했다.
이 보조금은 당초 즉각적으로 현금 지급되는 형식이었으나, 트럼프의 계획대로라면 이를 지분으로 환원해 취득하게 된다.
먼저 인텔의 경우 미 정부는 100억달러(약 14조원) 규모의 지분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 지분은 10% 수준으로 사실상 인텔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현재 대주주는 지분 8.92%를 보유한 미국 자산운용사 블랙록이다.
이 방식을 삼성전자에 적용해 봤을 때 미 정부는 지분 약 1.58%를 가져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9일 기준 삼성전자 시가총액 414조원을 보조금으로 나눈 수치다.
현재 삼성전자의 단일 최대주주는 삼성생명(8,6%)이고 국민연금(7.57%), 블랙록(5.07%), 삼성물산(5.05%) 순이다. 미 정부가 보조금마다 지분을 계속 가져가게 되면 단숨에 주요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이러한 미국의 지분 매입 계획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 회동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 며칠 전만 해도 탄 CEO의 중국 투자를 문제 삼아 사임을 요구할 정도로 불쾌감을 드러냈으나, 회동 직후 “탄 CEO는 아메리칸 드림의 대표적 성공 사례”라고 칭찬하며 태도를 바꿨다.
이후 19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법 보조금으로 인텔 지분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며 계획이 실무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TSMC는 1조달러 가치의 부유한 회사인데 왜 보조금을 줘야 하냐”며 “납세자들의 이익을 위해 기업에 돈을 그냥 주는 것보다 지분 취득 형식으로 지원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미 정부의 인텔 지분 취득 계획이 알려지자 업계에서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이에 정부 측은 “연방 정부가 인텔의 최대주주가 되더라도 경영권 행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인텔 살리기 '급반전'…삼성전자는 향후 미 정부 동향에 촉각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인텔은 정부 계획에 한시름 놓는 분위기다.
인텔은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에서 뒤처지고 기술 혁신 실패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까지 부진해 독일·폴란드 투자 취소, 오하이오 공장 완공 연기 등 여러 악재가 겹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가 ‘인텔 살리기’에 나서며 단기적으로는 투자자 확보, 장기적으로는 자국 빅테크 물량 수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를 들여 인텔 주식을 사들이기로 발표하는 등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엔비디아와 AMD의 추가 투자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는 소프트뱅크그룹의 투자에 대해 “탄 인텔 CEO가 절실하게 바라던 생명줄이자 신뢰의 표시”라고 논평했다.

트럼프 정부의 반도체 기업 지분 확보 정책으로 당장 한국 반도체 업계에 대규모 수주 변화 등의 지각변동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 메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다수의 빅테크는 인공지능(AI) 향(向) 핵심 반도체 상당 부분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서 납품받고 있다. 미 메모리 전문기업 마이크론도 세를 확장하며 빅테크 공급을 늘리고 있지만, 기술력과 생산·납기 능력에서 아직 한국 기업이 우세한 것으로 평가된다.
빅테크 대장인 엔비디아의 경우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 메모리(HBM)가 없다면 AI칩 생산 자체가 어려워지는 데다 기술력에서도 대체할 수 있는 업체가 없어 당장 물량을 인텔로 돌릴 수 없다.
다른 빅테크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첨단 반도체 물량을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의존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반도체 기업 부흥에 공들인다 해도 당장 물량이 줄어드는 등의 위협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는 미국 반도체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인텔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싶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반도체 산업에서 톱 다운 중심의 계획이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보다 첨단 분야에서 시장 논리나 기술 전략보다 정치적 이해 관계와 비효율적인 정부의 영향력이 커질 때 기업은 중장기 전략 수립에 악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장기적으로 미국의 반도체 업계 영향력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경영 불참 약속과 다르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현지 생산 확대를 요구하는 등의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 텍사스주(州) 최첨단 파운드리 공장이 내년 가동을 준비하고 있어 미 생산 확대 압박을 완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주요 플레이어들의 대규모 지분을 흡수하면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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