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면 11~12월 HBM4 양산 계획
삼성 엔비디아 납품하면 D램 경쟁 재점화
이재용 최근 젠슨 황 직접 만나 현안 논의한 듯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AFP/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AFP/연합뉴스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보낸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 샘플이 신뢰성 검증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산 및 공급을 위해서 최종 테스트가 남은 가운데,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납품에 총력을 기울여 빼앗긴 D램 패권을 되찾겠다는 목표다.

2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엔비디아를 위해 준비한 HBM4 샘플이 초기 시제품 시험과 품질 시험을 통과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토대로 이달 말 HBM4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 돌입할 전망이다. 

이번 HBM4 시제품은 가동 여부를 일단 확인하는 ‘엔지니어링 샘플’이다. 여기서 기준을 충족하게 되면 프리 프로덕션으로 돌입하는데, 이 과정에서 고객사의 그래픽 처리장치(GPU)와 호환성을 검증하고 수율, 발열, 성능 등 여러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지 확인한다. 

이 단계를 통과하면 양산 이관돼 대량생산 체제로 전환한다. 삼성전자는 이 시점을 빠르면 오는 11~12월로 예상한다.

엔비디아는 HBM4를 차세대 AI칩 ‘루빈’에 사용한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HBM4 샘플을 납품하고 6월 초도 물량을 공급했다. 대량생산은 10월로 예정됐다. 

삼성전자의 HBM4 테스트가 순조롭게 진행됨과 동시에 현 AI GPU 업계에서 가장 주력으로 쓰이는 HBM3E 12단도 테스트 통과가 가까워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긴 시간 동안 HBM3E 제품의 엔비디아 검증을 거쳐왔으나 아직 최종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가 HBM 물량과 가격을 두고 협상이 길어지는 것이 삼성전자의 납품이 임박했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엔비디아는 중국 전용으로 개발된 저사양 AI칩인 H20의 매출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는 조건으로 수출을 허가받았다. 

삼성전자는 이 H20에 적용될 HBM3E의 납품 가격을 SK하이닉스 대비 20~30% 낮춰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와 가격을 합의하기 전에 삼성전자의 HBM3E와 HBM4의 품질 테스트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만약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3E와 HBM4를 모두 공급하게 되면 SK하이닉스가 차지한 메모리 시장 패권 경쟁은 다시금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글로벌 HBM 점유율이 17%로 전년 동기(41%) 대비 크게 줄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55%에서 62%, 마이크론은 4%에서 21%까지 점유율을 높였다.

또 HBM을 포함한 D램 전체 점유율도 삼성전자는 32.7%를 기록해 전년 동기(41.5%)보다 8.8%포인트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엔비디아 활로가 뚫린다면 삼성전자로서는 HBM 점유율 상승과 동시에 D램 부진도 만회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HBM4는 엔비디아 R200(루빈) 내 점유율이 30%까지 높아질 것”이라며 “테스트가 아직 남아있어 상황을 계속 주시해야 하지만, 발열 문제가 나타나거나 성능이 경쟁사 대비 뒤쳐졌다고는 파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5일 미국 출장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지난 15일 미국 출장 후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방미 기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는데, 여기서 삼성전자와 엔비디아 간 현안을 풀어낸 것으로 파악된다. 

이 회장은 보통 해외 출장 후 성과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았는데, 공항에서 이례적으로 “내년 사업을 준비하고 왔다”고 답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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