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전세사기 감소, 외국인 임대인 사고 증가
수도권 넘어 지방까지… 정부 대책 실효성 논란
여야 모두 공감대 형성, "더 이상 정쟁 사안 아냐"

[서울와이어=안채영 기자] 최근 전세사기가 감소세를 보이지만, 외국인 임대인에 의한 전세보증 사고는 수도권을 넘어 지방까지 번져 부동산 정책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전세보증 사고액은 765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조6589억원)보다 71.2% 줄었다. 전세보증 사고액은 지난 2월 1558억원에서 꾸준히 감소해 6월에는 793억원으로 떨어졌다. 2022년 7월 이후 2년11개월 만에 처음으로 월간 보증사고액이 1000억원을 하회했다.
◆전세사기 줄었는데, 외국인 사고는 급증
반면 외국인 임대인 보증사고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2021년 5억원에 불과했던 사고 금액은 지난해 143억원으로 폭증했고, 같은 기간 피해 건수도 3건에서 62건으로 20배 이상 늘었다. 올 상반기에도 9건이 추가됐고 피해액은 14억원에 달했다. 사고는 수도권뿐 아니라 부산·광주 등 지방에서도 발생했다.
문제는 외국인이 해외로 도주하면 채권 추심조차 사실상 불가능해 ‘먹튀 사각지대’가 된다는 것이다. 사고가 터지면 피해자는 장기간 고통을 감내해야 하고 대위변제금을 회수할 수 없어 HUG 등 정책금융기관이 이를 떠안는 구조가 반복된다. 이는 결국 국민 세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6·27 고강도 대출 규제’에서 외국인이 제외된 점을 주 원인으로 꼽는다. 내국인 거래가 위축됐지만 외국인은 해외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 조달이 가능해 사실상 '전액 대출'로 매입이 가능하다. 규제 장벽 없이 국내 부동산을 쉽게 취득할 수 있어 외국인 전세 사기가 증가하는 것이다. 또한 실거주 의무나 가족관계, 다주택 여부 파악 등이 어려워 양도세·보유세 중과 규정을 피할 수 있다.
실제로 규제 시행 이후 서울 아파트 취득 건수를 살펴보면 내국인은 한 달 새 27.2% 줄었으나, 외국인은 오히려 14.3% 증가했다. 정부 대책 발표한 직후인 지난 6월30일부터 지난달 17일까지 14영업일 동안 서울에서 집합건물 소유권 이전 등기를 신청한 외국인은 21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53명)보다 41.8% 늘었다.

◆실효성 있는 입법과 감독 체계 마련돼야
이에 여야가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섰다.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부동산거래법 개정안만 8건에 달한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기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바꾸는 법안을,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내 외국인의 토지 취득시 지방자치단체장의 사전 허가를 받는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호주의 원칙 명문화, 주택 매입 후 3년 이상 거주 의무를 포함한 허가제 도입안을 대표 발의했다.
여야 모두 외국인 부동산 거래 규제는 더 이상 정쟁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 다만 상호주의 원칙을 둘러싼 외교 문제가 여전히 걸림돌이다. 여당 일각에서는 외국인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면 재외국민이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해외 주요국처럼 체류 자격에 따른 주택 취득 제한을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캐나다는 영주권자만 주택을 매입할 수 있지만 한국은 사실상 무제한”이라며 “상호주의 원칙에 맞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전세사기와 주택 매수세가 동시에 늘면서 제도적 허점이 드러났다"며 "규제 공백을 메우는 실효성 있는 입법과 감독 체계가 서둘러 마련되지 않는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세금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