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부터 강남, 지방 대도시까지
정부·지자체 뚜렷한 해법 찾지못해
"규제 완화와 사업성 확보가 관건"

[서울와이어=안채영 기자] 상가 공실 문제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렌트프리’에도 임차인을 찾지 못하는 미분양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신도시와 서울 핵심 상권은 물론 재건축 단지까지 공실 우려가 커지자 정부와 지자체가 해법을 모색하는 가운데 ‘비주택 리모델링’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3일 한국부동산원의 지역별 공실률 통계에 따르면 광주혁신도시 공실률은 42%를 넘어섰다. 인천 영종신도시의 1분기 집합상가 공실률은 24.6%를 기록했으며, 혁신도시 7곳의 평균 집합상가 공실률은 27.8%에 달했다. 신도시의 상가 공실 문제는 경기 침체 장기화와 소비 패턴 변화, 고분양가 논란이 맞물리면서 상가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서울 강남권과 지방 대도시 번화가도 공실 문제에 직면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보고서에 따르면 올 2분기 서울 7대 상권 평균 공실률은 15.2%로 나타났다. 명동과 성수를 제외한 주요 상권이 모두 두 자릿수를 기록했고 한때 'K-패션의 심장'이었던 가로수길은 43.9%까지 치솟았다. 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 대구 최중심지인 동성로 중대형 상가 공실률도 21.78%로 사실상 상가 5곳 중 1곳 이상이 비어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으로 상가 시장에서는 '렌트프리' 제도가 성행했다. 렌트프리는 몇 달 치 월세를 받지 않고 계약서상에는 기존 월세를 기입한다. 임대료를 낮춰 1년 월세 총액이 적게 잡히면 상가 매각 시 가치가 떨어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실제로 심각한 공실률 문제를 겪고 있는 시흥시 거북섬은 대다수가 렌트프리를 기본 옵션으로 제공했지만 여전히 상가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렌트프리로 임차인을 유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구조적 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 공실은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지자체도 상가 공실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미 준공된 상가는 용도 변경 규제가 발목을 잡고 신도시의 경우 의무적으로 상가를 짓게 하는 현행 제도가 공급 과잉을 심화시켰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는 상업용지를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했다. 서울시는 지난 5월 상업지역 내 주거복합 건물의 비주거시설 의무 비율을 20%에서 10%로 낮췄다.
이와 맞물려 ‘비주택 리모델링’도 다시 주목받는다. 도심 내 늘어난 오피스·상가 공실을 주거용으로 전환하면 주택 공급난과 상가 공실 문제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LH토지주택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역세권 공실 상가, 숙박시설, 업무시설 등을 개조해 주거용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비주택 리모델링을 재추진하면 앞으로 5년간 전국에 약 1만가구의 신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
비주택 리모델링 사업은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됐다. 2021년 ‘2·4대책’을 통해 비주택 리모델링을 추진했지만 2022년 이후 신규 대상지가 보류되면서 선정이 중단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비주택 리모델링’ 재추진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기존 제도를 보완해 규제 완화와 사업성 확보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