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와이어=박동인 기자] 금융권 자금이 부동산에 편중되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첨단산업과 벤처 등 생산적 분야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7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생산적 금융 활성화를 위한 경제계 의견’ 보고서에서 금융회사들이 기업대출과 벤처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위험가중자산(RWA) 가중치 조정과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원화대출 중 부동산 대출 비중은 2020년 66.6%에서 지난해 69.6%로 높아졌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도 같은 기간 62%에서 65.7%로 확대됐다.
이 같은 현상은 현행 규제 체계가 생산적 금융이 어렵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에 따라 대출마다 위험가중치가 부여되는데,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위험가중치는 15%인 반면 일반 기업대출은 75%에 달한다. 벤처투자의 경우 은행권 가중치가 400%까지 적용돼 기업금융을 확대할수록 재무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상의는 “정책 목적 펀드 출자에 대해서는 RWA 가중치를 100%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며 “일반 지주회사의 CVC 투자 규제를 완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제도는 지주회사의 CVC 외부출자를 총자산의 40%, 해외투자를 20% 이내로 제한하고 있어 지난해 지주사의 벤처투자는 전체의 2.2%에 그친다.
반대로 금융회사에 과도한 규제를 가하거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는 법안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금융·보험업 수익에 대해 교육세율을 현행 0.5%에서 1%로 높이는 개정안, 은행 영업점 폐쇄 시 당국 사전승인을 받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 등이 대표적 사례로 언급됐다.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으로는 배당소득세 최고세율 인하를 꼽았다. 현재 연간 이자·배당소득이 2천만원을 넘으면 최대 49.5%의 누진세율이 적용되는데, 정부는 지난 7월 세제개편안에서 분리과세 도입과 함께 최고세율을 35%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고, 국회에는 25%로 인하하는 법안도 제출돼 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성장률이 0%대에 머무는 상황에서 금융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분야에 머물러 있는 자금이 기업금융과 혁신투자로 흘러갈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