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정부부채 1212조, GDP 대비 사상 최고치
가계부채 비율 89.5%로 ↓…기업부채는 소폭 상승

[서울와이어=박동인 기자]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올 1분기 들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제결제은행(BIS)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47.2%로 집계됐다. 이는 BIS가 관련 자료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0년 이후 3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BIS는 정부부채를 산정할 때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달리, 비영리 공공기관이나 비금융 공기업 부채는 제외한다. 협의의 국가 채무만 반영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알려진 국가채무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 1분기 처음 40%를 넘어선 이후 가파르게 상승해왔다. 2020년 1분기 40.3%였던 비율은 2023년 1분기 44.1%, 2024년 1분기 45.2%로 꾸준히 올라왔다. 지난해 4분기에는 43.6%로 하락했으나 올 들어 다시 상승한 모습이다.
올해 1분기 말 정부부채 총액은 원화 기준으로 약 1212조원에 달했다. 이는 원화 표시 금액 기준 사상 최대 규모다. 다만 달러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8222억 달러로, 역대 최대였던 작년 3분기 8683억 달러에 비해 5% 줄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정부부채 비율이 앞으로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대내외 악재에 따라 명목 GDP 성장률이 정체된 가운데, 현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지출을 적극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 서울대학교 강연에서 “지금 경기가 좋지 않은 만큼 재정이 일정 부분 역할을 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도 “얼마나 오랫동안 재정 확장을 지속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 부채가 계속 늘어나는 방향으로만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번 정부가 앞으로 1~2년간 어떤 재정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국제 비교에서 한국의 부채 수준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BIS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28개 OECD 회원국 가운데 18위 수준이다. 일본(200.4%), 그리스(152.9%), 이탈리아(136.8%), 미국(107.7%), 프랑스(107.3%) 등 상위 국가들과는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 사례는 시사점을 준다. 프랑스는 높은 정부부채 비율과 만성적 재정적자로 인해 최근 신용평가사 피치(Fitch)로부터 국가 신용등급이 ‘AA-’에서 ‘A+’로 강등됐다. 미국 역시 트럼프 행정부가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지출 삭감과 관세 인상 등 압박 정책을 강화하고 있으며,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거론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편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B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계부채 비율은 89.5%로,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3분기(88.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2020년 1분기 90.0%를 넘어선 가계부채 비율은 2021년 3분기 99.1%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완만히 낮아지며 지난해 4분기 89.6%로 내려왔다.
다만 국제 비교에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BIS 집계에 포함된 31개 OECD 국가 가운데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스위스(125.3%), 호주(112.7%), 캐나다(99.1%), 네덜란드(94.0%), 뉴질랜드(90.1%)에 이어 6위에 해당했다.
기업부채 비율은 소폭 상승했다. 올해 1분기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111.3%로, 지난해 4분기 110.6%보다 0.7%포인트 높아졌다. OECD 31개국 중 12위 수준이다. 이 비율은 2020년 2분기 101.4%로 처음 100%를 넘은 뒤 2023년 3분기 114.6%까지 오른 바 있다.
BIS는 올해 1분기 말 한국의 가계부채 규모를 약 2300조원, 기업부채는 약 2861조원으로 각각 추산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계·기업 부채를 합산한 비금융부문 신용, 즉 국가 총부채는 6373조원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가계와 기업의 신용 레버리지가 모두 2010년 이후 장기 평균을 여전히 웃도는 수준”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