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소비·수출 동반 회복…경기 반등 기대감 ‘솔솔’
외환보유액 3개월째 상승...글로벌 순위 10위

[서울와이어=김민수 기자] 한국 경제가 올 2분기에 성장세를 회복하고 외환보유액도 석 달 연속 증가하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민간소비와 수출이 성장률 반등을 이끌었고, 달러 약세와 운용수익 증가가 외환보유액을 끌어올리면서 경기 회복 기대감을 높였다. 세계 외환보유액 순위는 10위로 지난 7월말 4113억 달러에서 8월말 기준으로는 4163억 달러를 기록했다.
◆2분기 GDP 성장, 저성장 터널 벗어나다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2/4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직전 1분기 대비 0.7% 성장했다. 앞서 발표된 속보치 성장률 0.6%보다 0.1%포인트 높은 수치다. 지난해 1분기 1.2%의 ‘깜짝 성장’ 이후 다섯 분기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4분기 연속 이어졌던 0.1% 이하 저성장에서 벗어났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0.6%로 나타났다.
속보치 발표 당시 반영하지 못했던 6월 실적 데이터를 추가 반영한 결과 건설투자(0.4%포인트), 지식재산생산물투자(1.1%포인트), 수출(0.4%포인트) 부문은 상향 조정됐고 설비투자(-0.6%포인트)는 하향 조정됐다. 민간소비는 재화와 서비스 소비가 모두 늘며 전기 대비 0.5% 증가했고, 정부소비도 건강보험 급여비 증가로 1.2% 확대됐다.

수출은 반도체와 석유·화학제품 호조로 4.5% 늘었고, 수입은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류 중심으로 4.2% 증가했다. 순수출 기여도는 0.3%포인트로 성장세를 이끌었다. 내수 기여도도 1분기 -0.5%포인트에서 0.4%포인트로 반등했다.
경제활동별로는 제조업이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 운송장비 중심으로 2.5% 성장했고, 건설업은 건물 및 토목 건설 감소로 3.6% 줄었다. 서비스업은 도소매·숙박음식업·운수업 증가로 0.8% 성장했지만, 정보통신업은 부진을 이어갔다.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기 대비 1.0% 증가하며 실질 GDP 성장률을 웃돌았다. 교역조건 개선으로 실질무역손실이 줄어든 영향이다. 명목 GDP는 전기 대비 2.0% 증가했고, GDP 디플레이터는 전년 동기 대비 2.8% 상승했다. 총저축률은 35.6%로 0.7%포인트 높아졌지만 국내총투자율은 28.8%로 소폭 하락했다.

◆수출·내수 흐름과 정책 변수
2분기 성장세 회복의 배경에는 수출과 내수의 온기 확산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의 수출 경기전망지수는 업종별 수출 환경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지표로,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는 각각 96.1포인트, 84.1포인트로 부진했으나 3분기에는 96.3포인트로 반등했다. 이는 관세 불확실성이 완화되거나 기업들의 대응책 마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체는 AI 등 신기술 수요 확대에 힘입어 전 산업 중 가장 높은 수출 전망을 기록했고, 석유제품과 화학공업 제품의 회복세도 빨라졌다. 선박 등 일부 업종의 전망도 개선되는 추세다. 정원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3분기 들어 수출 환경이 개선되며 수출경기전망지수가 반등했다”며 “반도체는 AI 수요 확대에 힘입어 가장 높은 수출 전망을 유지하고 있고, 석유제품·화학공업 제품·선박 등 일부 업종의 회복세도 뚜렷하다”고 말했다.
수출 개선과 보조를 맞추듯 내수도 온기가 퍼지고 있다. 7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2.5% 증가하며 2년 5개월 만에 최대폭을 기록했고, 8월에도 소비자심리지수가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수는 소비심리 개선과 함께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며 “다만 8월 수출 증가율은 1.3%에 그쳐 전월 대비 둔화했는데, 이는 미국 상호관세 발효를 앞두고 몰렸던 조기 선적 수요가 마무리되고 대미 수출이 줄어든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물가와 통화정책도 복합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7%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지만, 이는 통신요금 인하라는 일시적 요인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하연 연구원은 “9월에는 물가가 다시 2%대 상승률로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세에도 부동산 시장 과열을 경계하며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추경 효과를 반영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9%로 소폭 상향했지만, 부동산 가격 우려와 미국과의 금리차 부담이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하연 연구원은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한 성장 둔화 우려가 여전해 재정정책과 공조를 통한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는 경기 부양에는 긍정적이지만, 역대 최대 규모의 재정적자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세수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장기물 금리 부담이 가중되고,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과 AI 버블 우려로 미국 증시의 상승 탄력도 제한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환보유액, 석 달 연속 증가세
이 같은 경기 흐름 속에서 외환보유액도 안정적인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8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62억9000만달러로, 전월 대비 49억5000만달러 증가하며 석 달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5월 말 4046억달러로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뒤 6월부터 반등에 성공한 모습이다.
달러 가치가 약 2% 하락하면서 기타 통화로 보유한 외화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늘었고, 미국 증시 호조에 따른 운용수익 증가도 외환보유액 증가에 기여했다.
자산별로는 전체 외환보유액의 약 88%를 차지하는 유가증권이 3661억6000만달러로 한 달 새 11억달러 증가했다.

예치금은 37억5000만달러 늘어난 250억달러였고,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은 157억8000만달러로 8000만달러 증가했다. IMF 포지션은 45억4000만달러로 전월보다 2000만달러 늘었으며, 금은 47억9000만달러로 직전월과 동일했다.
세계 외환보유액 순위는 여전히 10위에 머물고 있다. 7월 말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113억달러로, 중국(3조2922억달러), 일본(1조3044억달러), 스위스(1조52억달러), 인도(6901억달러), 러시아(6815억달러), 대만(5979억달러), 독일(4571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4439억달러), 홍콩(4254억달러)에 이어 10위를 기록했다.
올해 3월 독일과 홍콩에 밀리며 2000년 이후 처음으로 9위에서 10위로 내려앉았던 한국은 외환보유액 증가에도 불구하고 아직 순위 반등에는 이르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외환보유액 확대를 통해 대외 신인도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