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 국민성장펀드 참여안 제출…위험가중치 완화·보증제도 도입 건의
금산분리 규제 논의 지지부진…이억원 금융위원장 취임 후 정책 속도전 전망

[서울와이어=김민수 기자] 이재명 정부가 핵심 경제정책으로 내세운 ‘생산적 금융’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이 당국에 실적 계획안을 제출하고 150조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참여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규제 개선과 인센티브 확대도 논의 중이다. 그러나 금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가 지지부진해 금융권의 모험자본 공급은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계열사별 생산적 금융 규모 계획안을 취합해 최근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업계에서는 각 금융지주가 신성장·국가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펀드에 최소 수조원씩 낼 것으로 예상한다. 연기금과 국민 투자금이 함께 투입되더라도 5대 금융지주의 참여 규모가 절대적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금융지주들은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해 자본 규제 완화와 제도 개선도 요구하고 있다. 정책펀드 자금 투입은 현행 규정상 비상장주식 투자로 분류돼 위험가중치가 400% 적용되는데, 이를 100% 수준으로 낮춰달라는 건의다. 업계는 정부가 지분 일부를 보장하거나 정책 목적을 명확히 할 경우 투자 리스크가 줄어드는 만큼, 합리적 위험가중치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당국 역시 업계 의견을 반영해 정책펀드 투자 관련 요건과 기준을 마련 중이다.
금융권은 이와 함께 위탁보증제도, 일괄·사업권 담보제도 도입, 심사역 면책 특례 등 구체적인 개선 방안도 제안했다. 위탁보증제도는 신용보증기금 등 보증기관이 배정한 보증총량 안에서 은행이 직접 보증서를 발급해 대출을 실행하는 제도로, 성장성 있는 기업에 더 많은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일괄·사업권 담보제도는 기업의 자산 전체나 영업권 전체를 담보로 설정하는 방식으로, 사업성 중심의 여신 심사 체계를 강화하고 은행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는 또 심사역 면책 제도를 통해 심사자가 과도한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해야 생산적 금융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은 벤처기업 투자를 위해 자회사 형태로 운영되지만,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 소속 CVC가 100% 자회사 형태로만 설립되도록 제한하고 있다. 외부자금 조성도 40%까지만 허용되며, 차입 한도는 자기자본의 200%로 묶여 있다. 이러한 규제는 은행이 모험자본 시장에 적극 참여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10일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에서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해 CVC가 펀드 운용사(GP)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은행도 주요 출자자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발언하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산업계 역시 대한상공회의소를 중심으로 RWA(위험가중자산) 산정 방식 조정, CVC 규제 완화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법안들은 국회에서 계류 중으로 진척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를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했다. 정부 출범 100여 일이 지나 금융위 인선이 마무리되면서 금융정책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 위원장은 이날 5대 금융지주 회장과 첫 회동을 갖고 첨단산업 금융 지원과 생산적 금융 확대, 소상공인 지원과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권은 이 자리에서 자본 규제 완화 필요성과 함께, 최근 잇따른 과징금 부과 등으로 높아진 규제 부담에 대한 개선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생산적 금융을 둘러싼 정책 효과는 규제 개편과 제도 개선 여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자본 규제와 금산분리 규제가 함께 완화돼야 정부가 추진하는 150조원 국민성장펀드와 첨단산업 투자 계획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