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HBM 장비 ‘하이브리드 본더’ 연구개발
한미반도체·한화세미텍에 이어 장비 시장 진출
2028~2030년 사업화 예상, 기술장벽 넘을까

[서울와이어=천성윤 기자] LG전자가 인공지능(AI) 칩 필수 부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본더’ 장비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LG전자는 최신 기술을 도입한 ‘하이브리드 본더’를 개발해 수년 내 AI 공급망에 전격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전자는 인하대학교, 경북테크노파크, 저스템, 컨셉션 등 4개 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산업통상자원부가 관장하는 ‘HBM 고성능 반도체 초고집적 하이브리드 본딩 스택 장비 개발’ 국책 과제에 뛰어들었다.
과제 기간은 올해부터 2029년까지 4년이며, 참여 업체와 기관은 정부가 제시한 칩과 칩 사이 정렬 오차 최소치를 구현하고 메모리를 쌓아 올렸을 때 최소 두께 기준도 맞춘 장비를 개발해야 한다. LG전자는 이를 통해 하이브리드 본더를 이르면 2028년 양산 검증 후, 2030년 본격적인 사업화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하이브리드 본딩은 D램 메모리 칩을 쌓아 HBM을 만들 때 메모리 표면에 미세한 금속 돌기를 만들어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범프(Bump)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두 칩의 구리 표면을 직접 연결하는 고난이도 기술이다.
이 과정을 통해 구리 원자끼리 직접 접합되기 때문에 연결 저항이 매우 낮고, 전기 신호 이동거리가 줄어 데이터 전송 속도가 높아진다. 또 이론적으로 전력 소모량도 줄일 수 있으며 돌기가 없기 때문에 두께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AI 컴퓨팅 사양이 갈수록 늘어나면서 차세대 HBM, 이미지센서, 고성능 로직 칩 등 고집적 반도체 분야에 사용된다. 현재 이 시장의 톱 티어 업체는 네덜란드 베시(BE Semiconductor Industries)와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다. 양사가 개발한 하이브리드 본더 장비군은 대만 TSMC가 조달해 현재 양산 라인에서 활용 중이다.
국내에선 한화세미텍, 한미반도체가 해당 장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에 1000억원을 투입해 2027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한화세미텍도 내년 초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AI 반도체 공급망에서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LG전자가 이 분야에 도전한 배경은 LG전자 생산기술원을 중심으로 10년간 반도체 장비 관련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이미 반도체 칩을 기판에 부착하는 일반 본더 장비를 조립·테스트 전문 업체에 공급한 경험이 있다.
LG전자는 AI 분야 사업성을 높이 평가해 본격 본더 상용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 회사는 반도체 유리기판용 정밀 가공 레이저, HBM용 고속·고정밀 검사 장비 등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본격 AI 장비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의지를 보이인다.
다만 업계에서는 LG전자가 목표로 하는 하이브리드 본더의 경우 생산 업체가 전 세계 몇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정밀한 기술이 요구돼 양산까지 성공적으로 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궁극적으로 LG전자가 추구하는 미래 사업 키워드는 ‘AI 인프라’다. 수십년간 글로벌 유력 전자업체로서 쌓아온 노하우를 통해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냉난방공조(HVAC) 등 AI 인프라 전반에 걸쳐 사업을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회사는 HVAC 부문을 2030년까지 가정용, 상업용을 합쳐 매출 20조원 규모로 성장시킬 것을 제시하는 등 미래 핵심 역량으로 주목하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차세대 HBM 메모리 생산에 필수인 전문 기술에 투자하는 등 AI 인프라를 지원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며 이같은 계획을 공식화 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2023년 가전용 AI 반도체를 자체 설계해 내놓는 등 원천 기술이나 연구 인력은 확보한 상태”라며 “다만 하이브리드 본더는 기술 장벽이 기존 본더 대비 높아 개발 성공 여부는 현재 시점에서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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