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시작 전부터 매진 행렬
유가·환율 겹쳐 항공료 급등
매년 반복되는 구조적 난제

대한항공 A330-300.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 A330-300. 사진=대한항공

[서울와이어=최찬우 기자] 추석 연휴마다 반복되는 ‘항공권 전쟁’은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예약 개시와 동시에 주요 노선 좌석은 매진되고 남은 표는 평소보다 몇 배 비싼 값에 팔린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고충이지만 업계와 전문가들은 구조적 요인이 항공권 가격 급등을 불러온다고 지적한다.

◆귀성길 항공권, 순식간에 동났다

올해 추석 연휴는 대체휴일을 포함해 ‘황금연휴’가 형성됐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뿐 아니라 제주항공·티웨이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까지 예약 개시 직후 국내선 인기 노선은 일찌감치 동났다. 김포~제주, 김포~부산 노선은 연휴 시작일과 마지막 날 기준으로 잔여 좌석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격도 예상처럼 치솟은 모습을 보였다. 평일 10만원 안팎인 김포~제주 편도 항공권은 연휴 전날 30만원 이상으로 거래된다. 해외 노선도 상황은 비슷하다. 동남아·일본 단거리 노선은 특가 항공권이 자취를 감췄고, 유럽·미국 장거리 노선은 평소보다 40~60%가량 높은 운임이 책정됐다. 소비자 민원이 늘어나는 이유다.

명절 항공권 값이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단순하다. 수요는 폭발하는데 공급은 제한됐기 때문이다. 항공기는 정부가 허용한 시간대(슬롯)에 맞춰 이착륙해야 하고 안전 규제와 정비 인력 투입 한계로 갑작스럽게 좌석을 늘릴 수 없다.

항공사들도 임시편 증편에 나서지만 기재 수 자체가 한정적이다. LCC들은 보유 기재 대부분을 이미 상용 노선에 투입해 성수기에 추가 공급을 크게 늘리기 어렵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명절만 되면 수요가 단기간 급증하는데 항공기는 택시처럼 불러서 바로 띄울 수 없다”며 “결국 공급 제한이 가격 급등을 낳는 구조”라고 말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활주로에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활주로에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가·환율, 외부 변수도 부담

국제 유가와 환율 상승도 항공권 가격 인상의 중요한 요인이다. 항공사들은 일정 기준 이상 유가가 오르면 ‘유류할증료’를 부과한다. 추석 연휴에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면서 비용이 반영됐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하면서 해외 노선 운임이 덩달아 뛰었다. 항공사 운임은 달러로 정산되는 경우가 많아 환율이 오르면 소비자가격에 곧바로 반영된다. 

명절 특수는 항공사 수익 구조상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기간이다. 성수기 수익으로 연간 실적을 방어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저비용항공사들은 명절 수익 비중이 더 크다.

문제는 소비자의 몫이다. 좌석 수가 제한된 상황에서 항공사들이 높은 가격을 유지하더라도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 명절 기간 여행·이동 수요가 폭증하면서 소비자들은 비싼 값을 치르고서라도 비행기를 탈 수밖에 없다. 이런 구조 때문에 매년 연휴가 다가오면 “항공사 배만 불린다”는 불만이 나온다.

제주항공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제주항공 항공기. 사진=제주항공

◆임시편 늘려도 땜질 처방

정부는 매 명절마다 임시편 증편, 공항 슬롯 조정으로 대응한다. 올해도 국토교통부는 주요 국내선과 국제선에서 수백 편의 임시 항공편을 허용했다. 그러나 슬롯은 공항 포화 상태와 직결돼 장기적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항공업계는 장기적으로 새 항공기 도입과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용 확대 등으로 운항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새 기재 도입에는 수년이 걸리고 SAF는 비용이 아직 두세 배 비싸 상용화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일리지 조기 활용, 비인기 시간대나 지방공항 이용 등이 현실적 대안으로 꼽힌다. 

결국 추석 항공권 값 급등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구조적 현실이다. 수요는 몰리지만 공급은 한정돼 있고 국제 유가와 환율 같은 외부 변수까지 더해져 매년 같은 불편이 반복된다. 

소비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표를 끊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정부와 업계의 장기적 수송력 확충에 달렸다. “왜 이렇게 비쌀까”라는 질문은 올해도 여전하지만 답은 여전히 시스템과 구조의 문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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