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조정은 정상 영업활동, 경쟁 제한 의도 단정 어려워”

[서울와이어=황대영 기자]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쇼핑 서비스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네이버에 부과한 266억3000여만원의 과징금 납부 명령 취소 소송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대법원이 공정위의 처분에 대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면서, 네이버의 알고리즘 조정 행위의 적법성 여부가 2심에서 다시 심리될 예정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전날 네이버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던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파기 환송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검색 알고리즘 조정 행위의 법적 성격을 재정의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법원은 알고리즘을 조정하고 변경하는 행위가 기본적으로는 정상적인 영업 활동에 속한다고 보고, 단순히 그 행위 자체만으로 경쟁 제한 의도나 목적이 있었다고 추측해 판단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차별 행위에 대한 '부당성'이 인정되려면, △독점을 유지·강화하려는 의도와 목적이 있었는지와 △객관적으로 경쟁 제한 효과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였는지 두 가지가 모두 증명되어야 한다고 명확히 했다.
대법원은 네이버가 검색 알고리즘을 조정하면서 자사 상품 노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등의 노력이 비교 쇼핑 서비스의 품질 향상을 위한 중요한 요소인 '다양성의 증진'을 위한 의도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는 해당 행위가 시장 성과에 기초한 경쟁(성과 경쟁)을 위한 행위였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또 네이버가 문제의 기간 동안 검색 알고리즘을 수십 차례 조정·변경했음에도, 공정위가 이 중 네이버에 유리한 노출 결과를 가져왔다고 판단한 5건의 행위만을 선별하여 처분 사유로 삼은 것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선별적 처분이 "실제 의도나 목적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알고리즘 개선 과정에서 시행착오와 편향이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일부 행위만을 떼어내 경쟁 제한적 의도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네이버의 행위가 실제로 '경쟁 제한의 효과가 생길 우려'를 발생시켰는지 여부도 서울고법에서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문제의 기간 동안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시장점유율이나 거래액이 경쟁 오픈마켓(G마켓, 11번가 등) 대비 높은 증가율을 보였음을 인정하면서도, 경쟁 오픈마켓들 역시 거래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입점 사업자 수도 유지된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오히려 이 사건 행위에도 불구하고 유력한 신규 사업자들이 오픈마켓 시장에 진입해 안착하는 등 오픈마켓 시장에서 유효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었던 사실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 법원이 "원고의 시장점유율이나 거래액 증가가 이 사건 행위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원고의 시장 성과에 기초한 경쟁의 산물이거나 관련 시장의 전반적 확대로 인한 것인지 등을 심리하고, 오픈마켓 시장의 경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네이버의 검색 알고리즘 조작 혐의와 266억원대 과징금 처분의 적법성은 서울고법의 파기 환송심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통해 다시 한번 검증받게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