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전월세, 매매 매물 안내문이 게재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무소에 전월세, 매매 매물 안내문이 게재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안채영 기자] 가을 이사철을 맞은 수도권 임대차 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와 규제지역 확대 여파로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월세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뛰고 있다.

22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이달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2만4418가구로 집계됐다. 올해 초 3만여건에 비해 20% 이상 줄어든 수치다. 전세값도 3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25개 자치구 전역이 모두 올랐다. 대출 규제로 전세 수요가 몰리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시장이 빠르게 왜곡되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성남(분당) 등 12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해당 지역에서는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갭투자’가 전면 금지되고, 매입 후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부과된다. 전세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오는 29일부터는 1주택자의 전세대출 이자 상환액이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포함돼, 세입자들의 자금 마련 여건도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다.

전세 매물 감소는 월세 급등으로 직결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29.7로, 통계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년 9월(92.1) 대비 40% 넘게 상승한 수치다. 경기(129.2)와 인천(134.8)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44만3000원으로, 올 초보다 7.4% 올랐다.

공급 감소도 시장 불안을 키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3만6302가구에서 내년 1만4067가구로 60% 넘게 줄어들 전망이다. 경기와 인천 역시 각각 27%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전세시장의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본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전역의 규제 확대와 입주 물량 감소가 겹치면서 전세 매물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며 “대출 여건이 악화된 세입자들이 월세나 보증부 월세로 이동하는 흐름이 가속화돼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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