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지난해 12월 항소 제기…휴젤·ITC 답변서 제출
ITC, '점유·불법점유 입증 실패' 주장⋯"탈취 입증해야"
휴젤 "2000년대 생물관리 부실⋯독점 소유로 볼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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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휴젤 홈페이지
사진=휴젤 홈페이지

[서울와이어=정윤식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휴젤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 절취’ 항소에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메디톡스가 절취(conversion)의 핵심 요건인 점유와 불법 점유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ITC의 기존 결론이 과학적·법적 근거에 의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ITC의 경우 법적·절차적 쟁점에 초점을 맞췄고, 휴젤측은 과학적·사실적 근거를 중심으로 논리를 제시했다. 특히 휴젤은 자사 균주가 메디톡스와 무관하게 ‘부패한 식품(spoiled food)’에서 확보된 것이라며, 유전적 분석 결과 메디톡스 균주와는 다른 계통임을 강조했다. 또한 “입증 책임은 메디톡스에 있으며, 두 요소 모두 입증 실패로 ITC의 판단은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 ITC "입증책임은 메디톡스에"… 법리상 전가 불가

사진=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AFC) 답변서 발췌
사진=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AFC) 답변서 발췌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피항소인)는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에 메디톡스의 항소 답변서를 제출했다. 같은날 크로마파마(CROMA PHARMA GMBH), 휴젤(H UGEL, INC.), 휴젤의 미국법인(H UGEL A MERICA, INC., 개입당사자/이하 휴젤측)도 항소 반박의견서를 제출했다.

ITC의 답변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5월 5일 메디톡스는 휴젤측이 미국 관세법 제337조(ITC가 수입 제품의 특허침해나 영업비밀 침해 등 불공정무역행위를 조사하고 제재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 조항, 이하 337조)를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휴젤이 메디톡스로부터 ‘홀 A 하이퍼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Hall A-hyper C. botulinum)’ 배양주를 절취(conversion)했으며, 이후 해당 균주 또는 변형 균주로 제조된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약 20년후 미국에 수입했다는 주장에 근거한다.

이후 ITC는 ‘특정 보툴리눔 독소 제품 및 그 제조 또는 관련 공정(Certain Botulinum Toxin Products and Processes for Manufacturing or Relating to Same)’에 대한 조사를 개시했다. 하지만 메디톡스가 절취의 두 가지 핵심 요소(불법 점유와 점유) 중 어느 것도 입증하지 못했다고 결론내렸으며 337조 위반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메디톡스는 절취에 대한 주요 적극 주장을 포기했으며, ITC는 메디톡스가 입증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판단이 실질적 증거로 뒷받침 된다고 봤다. 해당 사유로는 ▲메디톡스가 분실된 배양주를 특정하지 못했으며 ▲지난 2001년 당시 해당 균주가 이미 널리 유통되고 있었기 때문에, 휴젤의 균주가 다른 출처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메디톡스는 ITC의 최종 결정을 불복하고 항소했다.

이번 항소의 핵심 쟁점은 메디톡스 창립자 정현호 대표(박사)가 단일 계통 배양주를 보유했는지, 아니면 혼합 계통 배양주를 보유했는지에 관한 것이다. 이는 정 대표에게 균주를 전달한 양규환 카이스트(KAIST) 교수가 어떤 배양 기술을 사용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이러한 사실관계 분쟁은 ITC가 메디톡스의 주장을 배척한 주요 근거 중 하나로, 두 회사의 균주가 서로 다른 계통에 속하기 때문에 메디톡스는 휴젤이 혼합 계통 배양주를 탈취했음을 입증해야 했다는 설명이다.

세부적으로 메디톡스는 ▲문제된 세포 배양주에 대한 점유권(possession) ▲휴젤이 해당 배양주에 대해 불법 점유(wrongful dominion)를 행사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했다. 하지만 휴젤측은 메디톡스가 탈취의 두 요소에 대한 입증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휴젤의 균주가 ‘부패한 식품(spoiled food)’에서 유래했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ITC 산하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도 조사에 참여해 휴젤이 주장한 출처가 사실이 아니더라도 메디톡스의 입증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밝혔다.

사진=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AFC) 답변서 발췌
사진=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AFC) 답변서 발췌

이후 메디톡스와 휴젤측은 최종 예비 판정(Final ID)에 대해 ITC의 재검토를 청구했다. 여기서 메디톡스는 ▲행정법 판사가 휴젤의 허위해명 진술(false exculpatory statement)을 메디톡스 배양주 전환의 증거로 고려하지 않음 점 ▲휴젤 균주의 가능한 출처를 ‘식품 또는 메디톡스’ 이외의 다른 가능성으로 확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ITC는 일부 보완을 거쳐 메디톡스가 입증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유지했다. 

메디톡스는 ITC가 모든 증거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동시에, 너무 많은 증거를 고려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ITC는 메디톡스가 무시했다고 주장하는 증거들이 실제로 관련성이 없었으며, 포기(waiver)된 주장과 연관된 문서라고 했다. 또한 적법하게 제기된 주장(예 휴젤 균주의 다른 가능한 출처)을 고려한 것은 잘못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ITC는 메디톡스가 ▲휴젤의 허위해명 진술을 전환 입증의 증거로 삼으려는 주장 ▲불법점유와 관련해 제기한 주장(서연수 박사가 2001년 선문대학교에서 정현호 박사의 배양주를 절취했다)을 제외한 모든 주장을 포기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메디톡스의 사전청문서(pre-hearing brief)에 허위해명 관련 논증을 적극적으로 개시하지 않았다는 것과 서 박사나 휴젤과 관련된 다른 인물이 그 밖의 시점에 접근했거나 절취했음을 주장하지 않았다는 부분에 근거한다. 

ITC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휴젤이 메디톡스의 균주를 탈취하지 않았음을 입증해야 한다’는 잘못된 법적 전제를 세웠다. 여기에 메디톡스가 스스로 입증해야 할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겼다고 판단했다. 특히 메디톡스가 “균주의 출처는 메디톡스 또는 변질된 음식 두 가지뿐”이라고 주장함으로써, 다른 가능한 출처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휴젤에게 ‘음식에서 균주를 얻었다’는 점을 증명하라는 부당한 입증책임을 전가했다.

ITC는 “만약 법원이 ITC가 메디톡스의 허위해명 진술 주장을 정당하게 기각했다고 본다면, 메디톡스의 항소는 거의 근거를 잃는다”며 “입증책임이 있는 당사자는 메디톡스이며, 따라서 항소에서 탈취의 두 요소인 점유와 불법 점유에 대해서 승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주장은 메디톡스 항소의 핵심 토대로서 법원이 이중 하나라도 ITC의 판단에 동의하면 (ITC의) 결정은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ITC는 이 같은 판단이 실질적 증거(substantial evidence)에 의해 뒷받침된다고 강조했다. 해당 사유로 ▲정현호 대표가 혼합 계통 배양주를 실제로 보유했다는 증거가 없고 ▲당시 메디톡스 연구소에서 균주가 사라졌다는 기록도 발견되지 않았으며 ▲휴젤 균주가 미국 매사추세츠대(UMass) 및 FDA 69A 균주와 더 가까운 유전적 유사성을 보였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휴젤의 균주가 메디톡스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직접적 자료가 없고, 양규환·서연수 박사를 포함한 관련 인물들의 증언도 신빙성이 낮다고 덧붙였다.

◆ 휴젤측, 부패한 식품서 균주 확보 주장⋯"자연 발생 가능"

사진=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AFC) 답변서 발췌
사진=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AFC) 답변서 발췌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피항소인)가 법적·절차적 쟁점을 중심으로 한 답변서를 제출한 반면, 같은 17일(현지시간) 제출된 휴젤측(개입당사자)의 항소 반박의견서는 과학적·사실적 근거를 전면에 내세웠다. 휴젤측은 메디톡스의 주장이 “증거가 아닌 추측에 근거한다”고 지적하며, 메디톡스가 제시한 절취(conversion) 주장의 핵심 요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휴젤측은 “메디톡스의 주장은 실질적 증거(substantial evidence)에 의해 반박됐다”며, ITC가 내린 ‘337조 위반 없음’ 결론이 과학적 분석 결과와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휴젤의 균주가 메디톡스 균주에서 유래했다는 증거 ▲메디톡스의 세균주 샘플 중 분실된 것이 있다는 증거 ▲휴젤이 메디톡스로부터 샘플을 취득했다는 증거, 세 가지 모두 존재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이들은 “메디톡스의 주장을 뒷받침할 동시대 문서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며 “휴젤의 균주는 오히려 미국 매사추세츠대(UMass)와 FDA 69A 균주에 더 가깝다”고 했다. 유전적 분석 결과 휴젤의 균주는 메디톡스 균주에만 존재하는 고유 돌연변이(SNP)를 공유하지 않았고, 이는 양사가 서로 다른 계통의 세균주를 보유했음을 입증한다고 덧붙였다.

휴젤은 또한 메디톡스가 주장한 ‘혼합 계통 가설(mixed lineage theory)’이 과학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해당 가설은 “휴젤의 균주가 메디톡스 균주의 혼합 계통 조상에서 파생됐다”는 전제에 기반하지만, 실제로 메디톡스가 그 ‘조상 균주’를 보유했다는 증거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휴젤측은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C. botulinum)은 토양과 식품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균으로, 밀폐된 환경에서도 생존 가능한 세균”이라며 “부패한 식품에서 균주가 발견되는 것은 충분히 과학적으로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휴젤은 자사 균주가 메디톡스와 무관하게, 부패한 식품에서 직접 확보된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사진=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AFC) 답변서 발췌
사진=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CAFC) 답변서 발췌

이들 2000년대 초반까지 연구기관의 생물안전관리 기준이 지금보다 느슨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당시에는 실험용 균주가 냉장고나 가정용 냉동고에 보관되는 등 관리가 부실했으며, 연구자 간 교환이나 외부 반출이 드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위스콘신대, KAIST, 매사추세츠대, 하버드대 등 여러 기관이 동일 계통의 ‘홀 A 하이퍼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Hall A-hyper C. botulinum)’ 균주를 자유롭게 공유했던 사례가 기록으로 남아 있다.

휴젤측은 “이처럼 균주가 세계 각지로 널리 유통돼 있었던 만큼, 특정 국가나 기업이 독점적으로 소유했다고 볼 수 없다”며 “2001년 이전부터 다수 연구기관이 유사 계통의 균주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ITC의 판단 근거 중 하나였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메디톡스의 입증 구조 자체가 잘못 설정됐다고 지적했다. “메디톡스는 스스로 입증해야 할 절취 사실을 휴젤이 반박해야 한다는 형태로 뒤집었다”는 것이다. 휴젤측은 “337조 위반을 주장한 이상, 그 사실관계의 입증책임은 메디톡스에 있다”며 “입증책임 전가 자체가 법리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절차적 측면에서도 휴젤측은 메디톡스가 청문회 이후 뒤늦게 새로운 절취 이론을 제시한 점을 문제 삼았다. ITC는 사전청문서(pre-hearing brief)에 포함되지 않은 주장은 포기(waiver)로 간주하는 규칙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는 연방순회항소법원(CAFC)의 기존 판례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돼 왔다.

휴젤측은 “메디톡스가 주장한 허위해명 진술(false exculpatory statement) 역시 입증 근거로 삼을 수 없다”며 “이는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주장으로 이미 절차상 배제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ITC도 최종 결정문에서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메디톡스가 제기하지 않은 새로운 이론은 청문회 이후 보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메디톡스는 절취의 두 핵심 요소인 점유(possession)와 불법 점유(wrongful dominion)를 모두 입증하지 못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입증책임이 있는 당사자는 메디톡스이며, 두 요소 모두 실패한 이상 ITC의 판단은 항소심(CAFC)에서도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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