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웃돈… 규제 피한 자금, 재개발·미지정 구역으로
현금청산·사업 지연… 곳곳에서 터지는 규제 '후폭풍'
[서울와이어=안채영 기자] 10·15 부동산 대책 여파로 정비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규제로 묶이지 않은 초기 재개발 구역엔 ‘억대 웃돈’이 붙는 가운데 기존에 프리미엄을 주고 입주권을 사들였던 조합원들은 ‘강제 현금청산‘에 내몰리며 시장이 극심한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

◆‘억대 웃돈’ 재개발, 규제의 틈새로 자금 몰려
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15일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묶고, 정비사업 조합원 지위 양도를 대폭 제한했다. 이에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부터 조합원 지위를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게 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영향을 받는 정비사업장은 210곳으로 약 16만가구에 달한다.
이 같은 조치로 거래가 막히자, 투자금은 규제를 피한 일부 예외 구역으로 몰리며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사업 초기 단계(관리처분계획인가 전) 재개발 매물은 거래와 갭투자가 모두 가능해 투자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염리4구역’은 재개발이 다시 추진되자 대지 13㎡(약 4평) 규모 빌라가 1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인근 빌라·다가구 역시 정비구역 지정 기대감만으로 가격이 급등했다.
2018년 1월25일 이전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재개발 구역도 예외적으로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해 거래가 급증했다. 성동구 ‘금호21구역‘은 프리미엄이 10억원가량 붙어 지난달 거래됐고 서대문구 ‘북아현3구역‘은 한 달 새 프리미엄이 1억원 가까이 뛰어 10억원 선을 돌파했다. 이밖에도 ‘흑석9구역‘, ‘장위10구역‘ 등도 프리미엄이 10억~15억원까지 오르며 과열 양상이 뚜렷하다.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경기도 재개발 빌라 가격도 들썩인다. 성남시 수정구의 ‘신흥3구역’이 대표적으로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전 단계임에도 대지 지분 28.74㎡(약 9평) 빌라 매물 호가가 한 달 새 4억원에서 5억8000만원으로 상승했다. 인근 ‘수진1구역’과 ‘신흥1구역’이 동시에 정비를 추진하면서 대단지 아파트촌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지역까지 ‘지정될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자금이 몰린다”고 말했다.

◆현금청산·사업 지연… 곳곳에서 터지는 ‘후폭풍’
반면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로 인해 거래가 막힌 정비사업장에서는 ‘현금청산’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조치와 ‘5년 재당첨 제한’이 동시에 적용돼 다른 구역의 분양신청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조합원 지위를 매도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업이 추진되면 감정평가액 기준으로 청산이 이뤄지는데, 이 금액이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시세보다 낮은 감정가 기준으로 청산을 당하는 경우가 잇따른다.
일부에서는 실제로 ‘사업 속도 늦추기’ 움직임까지 포착됐다. 사업 일정을 5년 뒤로 미루면 분양신청 제한을 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사업이 늦춰지면 공급 지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공사비 상승과 분담금 부담이 커진 비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사업성 악화 우려까지 겹쳤다.
규제 적용 시점이 ‘사업시행인가일’을 기준으로 달라져 동일 생활권 내에서도 거래 가능 여부가 엇갈리는 점도 문제다. 인근 지역임에도 한 구역은 거래가 허용되고, 다른 구역은 금지되면서 조합원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투기 억제를 위한 규제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은 취지는 이해되지만, 일괄적 규제로 인한 부작용이 너무 크다”며 “공급을 늘리려면 정비사업의 추진 동력을 유지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