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세 증세로 생활비 문제 해결” 공약 주효
월가·재계선 “급진적 좌파 포퓰리즘” 우려 커

 

 조란 맘다니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가 뉴욕시장 선거가 열린 4일(현지시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조란 맘다니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가 뉴욕시장 선거가 열린 4일(현지시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서울와이어=박동인 기자] 진보 정치인이자 인도계 무슬림인 34세 조란 맘다니 뉴욕주 의원이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장으로 당선됐다.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의 시장으로 무슬림이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은 이날 투표 종료 후 개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개표 초반에 맘다니 후보가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정치 신인 맘다니 후보는 지난 6월 뉴욕시장 예비선거에서 거물 정치인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를 꺾는 정치적 이변을 연출하면서 민주당 후보로 선출됐다.

◆엘리트 이민자 가정 출신 30대 진보 정치인

인도계 무슬림인 맘다니는 1991년 우간다 캄팔라에서 태어나 7세 때 뉴욕으로 이주했으며, 보든 칼리지를 졸업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아버지 마흐무드 맘다니는 컬럼비아대 정부·인류·아프리카학 교수, 어머니 미라 나르는 하버드대 출신 영화감독으로, 그는 전형적인 엘리트 집안 출신이다. 

맘다니는 고물가에 시달리는 뉴욕 시민들의 생활 형편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둔 공약을 내걸어 진보세력의 아이콘이 됐다. 민주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그는 임대료 동결을 비롯해 저렴한 주택 공급, 최저임금 인상, 무상버스, 무상보육 확대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공약 실현을 위해 그는 부유세를 신설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같은 그의 공약은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연방 하원의원 등 미국 민주사회주의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뉴욕의 높은 물가와 생계비에 지친 젊은 세대와 서민층도 절대적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정계 입문 5년이 채 안 된 그가 인구 850만명, 연간 예산 1120억 달러의 미국 최대 도시를 이끌 역량이 충분한지에 대한 의구심도 없지 않다. 

◆'자본주의 심장서 진보 실험', 미 정치지형에 파장 예고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자가 사회주의적 정책을 실행할 경우 자본주의의 심장에서 시작된 진보 실험이 미칠 영향을 놓고 월스트리트를 비롯한 재계는 불안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미 여러 기업들이 좌파 포퓰리즘적 공약을 내세운 맘다니 후보가 승리할 경우 뉴욕에서 이탈하겠다고 공언해온 만큼 후폭풍도 예상된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선거 공약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진다면 세금·규제 리스크가 커지고, 다른 대도시도 뒤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번 선거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민심의 중간평가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미국 정치권 전반에 끼칠 파장도 클 것으로 보인다.

뉴욕이 민주당 텃밭인 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향인 뉴욕의 민심이 맘다니로 기운 것은 트럼프의 독주에 대한 반발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선거는 이민자 추방 격화, 정치적 양극화 고조, 생계비 불안 등 여러 요인들이 충돌하는 가운데 치러졌다"며 "뉴욕의 오랜 권력 구조를 재편하고, 대선 참패 이후 민주당의 향후 방향에 메시지를 던질 잠재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민주당으로서는 이번 선거 결과가 야당으로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는 있지만 급진 좌파적 색채와 포퓰리즘 공약으로 인해 당내 노선 갈등이 드러날 수도 있다. 이번 선거 결과를 계기로 민주당 전반이 '좌클릭'으로 무게중심을 옮길 경우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중도층 이탈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맘다니를 '공산주의자'로 규정하면서 "맘다니가 당선된다면 뉴욕시는 경제·사회적으로 완전한 재앙이 될 것"이라며 그가 당선되면 뉴욕시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해 향후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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