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수뇌부 메모에 '안보 위기 의도적 조성' 정황 드러나
특검 "평양 무인기 투입, 계엄 명분 쌓으려는 군사 도발"
한덕수 재판서는 송미령 장관 증언 “尹, 해보면 별것 아냐 발언”

[서울와이어=정현호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에 따라 불거진 ‘외환 의혹’을 수사해 온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10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일반이적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일반이적은 군형법상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에게 군사상 이익을 주는 제반 행위를 말한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평양으로 무인기를 투입하는 비정상적 군사 작전을 승인했고 이로 인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등 국가 이익이 직접적으로 훼손됐다고 판단했다.
특검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이 과정에서 공모했으며, 이들에게 일반이적과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됐다.
김 전 장관에게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교사 혐의 등이 추가됐다. 실무 지휘를 맡았던 김용대 국군드론작전사령관은 직권남용과 군용물손괴 교사, 군기누설, 허위 명령·보고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등이 "비상계엄의 정당한 조건을 인위적으로 만들기 위해" 남북 군사 충돌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전을 지시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작전에 투입된 무인기가 추락해 군사 기밀이 유출되는 등 실제 피해도 발생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설마’ 했던 의혹이 증거를 통해 ‘사실’로 확인되는 과정은 수사 참여자 모두에게 참담함을 안겼다"며 "국민의 안전과 안보를 책임져야 할 최고 통수권자가 이를 이용하려 했다는 사실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사건에 적용된 혐의는 일반이적죄다. 외환유치 혐의가 아닌 일반이적을 적용한 이유는 ‘적국과의 통모’ 여부가 아닌 ‘대한민국 군사 이익을 해했는지’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특검은 이와 관련 윤 전 대통령 측근들과 군 수뇌부가 작전의 목적과 함의를 명확히 인지 후 실행했다고 결론냈다.
특히 여 전 사령관의 휴대전화 메모에는 “불안정한 상황을 만들거나 만들어진 기회를 잡아야 한다”, “미니멈 안보 위기, 맥시멈 노아의 홍수” 등 ‘군사적 긴장 증폭’ 의도를 드러내는 표현들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이 이날 발표한 수사 결과에 따르면 여 전 사령관은 작년 10월 18일 작성한 메모에서 "불안정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찾아 공략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불안정 상황을 만들거나 만들어진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적었다.
이어 "최종 상태는 저강도 드론분쟁의 일상화"라며 '평양, 핵시설 2개소, 삼지연 등 우상화 본거지, 원산 외국인 관광지, 김정은 휴양소'를 "(북한의) 체면이 손상돼 반드시 대응할 수밖에 없는 타깃"이라고 적었다.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으로 무인기를 날리는 등 지속적인 도발을 통해 안보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을 유지함으로써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구축하려 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특검팀은 판단했다.
또 "북한의 러시아에 전투 병력 파견 공개"라는 문구도 발견됐는데 메모가 작성된 10월 18일은 국정원이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1만2천명 파병 결정 사실을 언론에 알린 날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여 전 사령관은 이 문구 아래 "글로벌 안보상황의 위험성을 국민들이 체감"이라고도 적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10월 군 장성 인사 직후부터 비상계엄 도입 논의를 추진해 왔다고 보고 있으며, 향후 이를 반영한 공소장 변경도 예고했다.

한편 같은 날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재판에서는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직후 상황을 상세히 증언했다.
송 장관은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 후 접견실로 돌아와 “막상 해보면 별것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직접 들었다고 진술했다. 또 그는 계엄 선포 당시 “왜 이렇게 급박하게 국무회의 참석이 독촉됐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법정 증언을 통해 송 장관은 이외에도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와 한 전 총리가 계엄에 반대한 정황, 국무회의 외관을 갖추기 위한 뒤늦은 서명 요구, 자신이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동원됐다”고 느낀 심경까지 법정에서 담담히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