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렉스인포텍·스노마드, 인수의향서 제출
재무 부실·조달 능력 부족해 가능성 낮아
부동산 자산 취득·홍보효과 등 의도 의심
정상화 우려 여전…"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홈플러스 매장 전경. 사진=서울와이어 DB
홈플러스 매장 전경. 사진=서울와이어 DB

[서울와이어=고정빈 기자] 홈플러스 정상화에 대한 의구심이 더 커지고 있다. 인수 의향을 내비친 기업이 등장했음에도 인수 가능성이 낮게 평가되면서 우려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인가전 인수합병(M&A)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지난달 31일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했다. 인공지능(AI) 핀테크 기업  ‘하렉스인포텍’과 부동산 임대·개발업체 ‘스노마드’가 LOI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기업회생절차가 시작된 이후 희망자가 없었던 만큼 이번 인수전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홈플러스 입장에서도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하지만 인수 성공 기대감은 낮은 분위기다.

두 기업 모두 재무 상태가 부실한 중소기업이고 유통업계를 운영한 경험도 없다. 자산가치가 2조원에 달하는 홈플러스를 인수하기에는 몸집이 너무 작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관성도 없고 자금력도 부족해 인수로 이어지긴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렉스인포텍은 지난해 매출이 3억원에 불과한 영세기업이다. 지난해 영업손실도 33억원을 기록했다.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8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회사는 미국에서 20억달러(2조8000억원)을 조달해 홈플러스를 인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스노마드는 지난해 매출 116억원, 영업이익 25억원을 기록했다. 자본총계는 222억원인데 비해 부채총계는 1597억원에 달한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8971만원으로 1억원도 되지 않는다.

모기업인 명선개발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명선개발은 2018년부터 매출액이 없는 상황이고 지난해 현금성 자산도 11억원에 불과하다.

MBK파트너스가 2조 5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포기하겠다고 밝혔지만 홈플러스 인수에는 최소 수천억원의 자본이 필요하다. 두기업 모두 자체적으로 인수 대금을 조달하기 힘들며 외부 자금 조달에 성공할 가능성도 낮다.

일각에서는 수조원 규모의 홈플러스 부동산 자산에 대한 실사 기회를 얻기 위해 인수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다. 아울러 회사 홍보 효과를 노렸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이번 인수를 긍정적으로 보기 힘든 상황이다.

인수 후보자들은 오는 21일까지 예비실사를 진행한 후 26일까지 최종 입찰제안서 제출 여부를 결정한다. 홈플러스는 예비입찰일이 지났지만 최종입찰일 이전까지는 추가 매수희망자들과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다른 원매자 등장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M&A 인수자 공개 모집 기간을 연장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홈플러스 태스크포스(TF)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통해 "수의향서를 제출한 두 회사는 정상화 의지 없이 먹튀를 노리고 뛰어든 기업"이라며 "법원은 M&A를 졸속으로 인가하지 말고 인수자 공개모집 기간을 연장하라"고 촉구했다.

홈플러스는 회생계획 제출 기간을 다음 달 29일까지로 연장했다. 기존 지난 10일이었지만 법원 결정에 따라 결국 연장됐다.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 기한 연장이다. 그만큼 홈플러스의 인수전은 앞으로 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노조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마트산업노조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홈플러스 사태 해결 공동대책위원회'는 홈플러스 인수 성사를 위해 정부가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농협이 홈플러스를 인수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만일 홈플러스가 폐점·청산의 길로 간다면 총 10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며 "공적 기관이 중심이 돼 부실 채권을 정리하고, 지역 경제 회복을 위한 공적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홈플러스 사태 해결 정부 개입 촉구 서명운동'으로 받은 30만명의 서명을 대통령실에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철한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사무국장은 "대통령실이 서명을 받으러 오지 않고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면 무기한 단식 농성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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