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와이어=안채영 기자] 인공지능(AI) 고점 논란이 이어지면서 기술주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알파벳(구글)을 신규 편입하는 정반대 선택을 했다. 은퇴를 앞둔 그의 ‘마지막 선택’이 결국 AI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번 주 예정된 엔비디아 3분기 실적이 연말 기술주 투자심리를 가를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6일(현지시간) 발표한 13F 보고서에서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 3분기 알파벳 A클래스(GOOGL) 주식 1784만여주를 새로 매입했다. 분기 말 기준 평가액은 약 43억달러(6조3000억원)로 단번에 포트폴리오 내 10위(비중 1.6%) 종목으로 올라섰다.
버크셔가 빅테크 신규 편입에 나선 것은 2019년 아마존 이후 6년 만이다. 이번 매입을 위해 애플 보유 지분 가운데 약 20%(106억달러 상당)를 정리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번 매입 소식이 전해진 직후 구글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약 4% 뛰었다.
반면 월가 헤지펀드들은 AI 고평가 논란에 대비해 기존 포트폴리오를 축소하거나 재편하고 있다. 스탠리 드러켄밀러 듀케인패밀리오피스 회장은 3분기 아마존과 메타는 비중을 늘렸지만 보유하던 마이크로소프트 20만주를 전량 매도했다. 헬스케어 기업(나테라·인스메드·테바) 매입 비중을 늘리며 기술주 편중을 조정하는 모습이다.
‘매그니피센트 7’(빅테크 7대 기업)에 대한 투자 축소도 뚜렷하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역시 엔비디아 지분을 약 3분의 2 수준으로 줄였고, 알파벳 지분도 절반 이상 정리했다. 타이거 글로벌과 론파인캐피털은 메타 보유량을 각각 62.6%, 34.8% 줄였다.
이와 맞물려 AI 투자를 확대하는 주요 기술기업들의 부채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기술기업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을 대비하는 신용디폴트스왑(CDS)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오라클 CDS 거래량은 최근 6주간 42억달러로 전년 동기(2억달러) 대비 21배 급증했다. 300억달러 규모 채권을 발행한 메타 관련 CDS 거래도 크게 늘고 있다.
시장에서는 오는 19일 예정된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에 이목이 쏠린다. 엔비디아는 최근 6개 분기 연속 매출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성장률은 정점을 찍고 둔화되는 국면에 들어섰다. 엔비디아가 제시한 이번 분기 매출 전망치는 540억달러(약 78조원)로, 전년 대비 약 54% 증가한 수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