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초 프리미엄 TV 가격의 기준은 ‘8만 달러’
2006년 부르주 알 아랍 호텔 공급 금장 TV 가격
2020년 LG 시그니처 올레드 R도 가격이 8만 달러대
부호들이 선호하는 주문형 TV는 가격보다 브랜드 선호
독자적 품질과 차별화된 가치 누릴 수 있는 제품에 끌려

[서울와이어 채명석 기자] LG전자는 지난 2006년 당시 세계 최초의 7성급 호텔이라고 불리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부르주 알 아랍 주메이라 호텔 객실 202개 전체에 TV를 공급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TV 업체들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호텔, 유람선 등에 자사 제품을 설치하기 위해 치열한 영업전을 펼친다. 최고급 호텔에는 주로 VVIP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이들이 투숙하는 객실에 TV를 설치하면 브랜드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품을 경험한 VVIP들이 구매하기 때문에 추가 매출도 기대할 수 있다. 2000년 완공한 부르즈 알 아랍 주메이라 호텔은 처음에는 유럽산 TV를 사용했다가 LG전자로 구매처를 바꿨다.
당시 공급한 LG전자 TV는 800여 대였다. 거실에 40형 PDP TV(플라즈마 디스플레이패널 TV), 침실에 30형 LCD TV(액정화면 TV), 화장실용 20형 LCD TV를 설치했다. 여기에 더해 LG전자는 노트북PC 한 대와 DVD 플레이어도 공급했으며, 엘리베이터 옆에 설치되는 LCD 디스플레이까지 설치했다.
압권은 호텔 로비에 자리한 LG전자의 71형 금장 PDP TV였다. 이 TV는 진짜 금으로 외형을 만든 제품으로 당시 한 대당 가격이 8만 달러를 넘었다. 그해의 평균 원‧달러 환율은 955.5원이었는데 이를 대입해 한화로 환산하면 7644만 원으로, 현재로 말하자면 초프리미엄급 TV다.
그렇다면 금장 TV의 가격은 어떻게 산출한 것일까? 경쟁사의 동급 제품을 참고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독일의 고급 승용차 ‘BMW 760’이라는 의외의 답변을 들었다.
중동 부호 등 VVIP 고객들은 가격보다 브랜드 신뢰도를 놓고 제품을 구매한다. 따라서 그들에게 친숙한 브랜드 제품을 고민하다가 BMW 760을 생각했다. 당시 이 차종의 한 대 가격이 8만 달러라서, 금장 TV의 가격을 이에 맞췄다는 것이다. 제품 이익 폭과 상관없이 고객의 눈높이에 책정한 가격인데, 당시만 해도 연간 100대가 넘게 팔렸다고 한다. 두바이를 비롯한 중동권에서 LG전자의 강한 브랜드 파워도 이런 자부심을 표현할 수 있는 배경이 되었다.
초 프리미엄급 TV는 주로 주문을 받아 판매해왔다. LG디스플레이 파주LCD산업단지에 가면 세계 최대 크기인 125형 LCD TV가 전시되어 있는데, 시제품으로 이 TV를 구매하는 중동 부호들이 많았다고 한다. 가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어떤 초호화 차종과 같은 가격대로 책정했을지는 크기만 봐도 감이 올 정도다.
LG전자는 지난 20일 온라인으로 세계 최초의 롤러블(Rollable) TV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을 공식 런칭했다. 말 그대로 TV 화면이 두루마리처럼 말았다 폈다 할 수 있다. 가격은 한화로 1억 원. 22일 원‧달러 환율 1133.20원을 대입해 달러로 환산하면 약 8만8246달러다. 2020년형 BMW 7 시리즈의 국내 판매가격이 약 1억3000만원(BMW 740)에서 2억3000만원(BMW 760)이니 이 차종 모델들과도 비슷한 가격이자, 금장 TV와도 동일 가격대다. 이를 놓고 보면 LG전자의 초프리미엄급 TV의 가격 전략의 뼈대는 과거로부터 계속 이어져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금장 TV나 125형 TV는 주문 상품이다. 반면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은 양산품이다. VVIP와 초특급 호텔 등이 영업 대상이지만, 1억 원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일반인도 살 수 있다. 그만큼 초프리미엄 제품 시장 규모가 커졌음을 의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