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지난달 말 발표 예정이었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개편안이 카드업계의 반발에 막혀 이달 말로 연기됐다.
카드업계는 가맹점 수수료가 이미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인하돼 신용판매 부문 적자가 커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타협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말로 예정했던 적격비용 기반 카드가맹점 수수료율 개편안 발표를 12월 말로 연기했다.
적격 비용(원가) 재산정은 카드거래에 수반되는 적격비용에 기반해 신용카드가맹점 수수료율을 산정하는 것이다. 적격 비용의 도입은 가맹점간 수수료 양극화에 따른 조치로, 2012년에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 따라 3년마다 이뤄진다.
여전법에 따르면 카드사 원가 분석을 통해 가맹점이 부담하는 것이 합당한 비용인 적격 비용만 수수료율에 반영토록 한다. 다만 카드업계는 정부가 합당한 적격 비용에 따라 수수료율을 결정하는게 아닌 영세·중소가맹점에 '시혜적으로' 수수료율 결정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직접 만나 간담회를 가졌지만 수수료에 관한 합의를 보지 못하고 별다른 성과 없이 자리를 마무리했다.
카드사 노동조합 협의회 관계자는 “카드노조를 포함한 카드사 전체 입장은 수수료 인하가 아니라 수수료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지금 시점에서 현실화라는 뜻은 이전 12년 동안 계속 내렸던 수수료를 일부 제자리로 올려야 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2018년 말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적게는 0.2%포인트에서 많게는 0.6%포인트까지 내렸을 때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연간 8000억원가량 감소했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는 관련 수수료율이 0.1~0.2%포인트 낮아질 경우, 내년 카드사 합산 영업이익이 적게는 5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3000억원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행법상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완전히 폐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수수료 재산정 주기를 고치는 수준은 제도 개편 없이 가능하다. 카드 업계에서도 수수료 인하를 막기 어렵다면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해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했다.
금융당국은 각 업권이 요구하는 바를 조율해서 12월 말 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번에 발표되는 새로운 수수료율은 내년부터 2024년까지 적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