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협의회, 올해 임금인상률 이견차
노조와 임금협상도 합의안 마련 난항
동종업계 임금 인상, 삼성전자 고심↑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임금인상률을 확정하는데 차질을 빚는 모양새다. 이 가운데 노동조합의 파업 가능성도 높아졌다. 삼성전자가 임금인상률과 노조와 협상에서 최종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까지 근로자 대표로 구성된 노사협의회와 협상에서 임금인상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노사협의회는 사측을 대표하는 사용자 위원과 직원을 대표하는 근로자 위원이 참여한다.
삼성전자는 매년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인상률을 결정했다. 협상이 4월까지 이어진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보통 2~3월 임금인상률을 확정해 3월 월급 지급일(21일)부터 새 임금을 적용해왔다.
삼성전자 노사협의회는 지난해 평균 7.5% 임금인상에 합의했다. 올해 근로자위원 측은 역대 최고 수준인 기본인상률 15.72%를 요구하는 상태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에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사내 불만을 고려해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측은 인건비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며 협상이 늘어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임금인상률은 최근 10년 이래 최대 규모였다. 따라서 추가적인 인상은 사측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사측은 4500명 규모의 노조와 임금협상을 진행 중이다.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사측과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15차례에 걸친 교섭을 진행했으나 임금과 성과급의 일괄 인상, 유급휴가 총 7일 확보 등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노조는 지난 6일까지 전국 사업장 순회 투쟁을 마쳤다. 순회 투쟁은 사측에 2021·2022년 임금교섭 병합 제안에 반발하며 찬반투표에 앞서 내부 구성원 설득 목적으로 이뤄졌다. 노조는 이후 찬반 투표를 통한 파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삼성전자 임금협상이 난항을 겪자 삼성SDI와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삼성 전자계열사들 임금협상도 줄줄이 미뤄졌다. 삼성전자의 임금인상률을 기초로 각사의 인상률을 정해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임금인상에 어려움을 겪지만, 경쟁사들은 올해 임금인상에 대해 합의를 마쳤다. LG전자는 지난 7일 8.2%의 임금인상률을 확정했다. 지난해 평균 인상률 9%를 기록한 데 이어 2년 연속 최고 수준의 인상률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대졸 신입사원 초임을 5040만원으로 책정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DB하이텍 역시 올해 신입사원 초임을 약 14% 인상하면서 삼성전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췄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상황에 고심한다. 동종업계 처럼 임금을 인상할 경우 커지는 인건비가 부담이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임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4400만원이었다.
지난해 지출한 인건비만 약 15조8000억원에 달한다. 회사가 고심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국내 임직원 수가 11만명 이상인 삼성전자의 경우 임금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DX부문장)은 지난 1일 수원 삼성전자 사옥에서 주재한 타운홀 미팅 ‘DX 커넥트’에 참석해 올해 임금협상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최종 결정되면 가감 없이 소통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