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구매비 납부 지연 가능성 등 전력거래 중단 위기
한전 재정부담 고려 '전력거래대금 결제일 규칙' 개정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거래소, 발전 공기업들이 최근 규칙개정실무협의회를 열고 ‘전력거래대금 결제일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의결했다. 한전에 재정 부담에 따른 조치다. 사진=한국전력 제공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거래소, 발전 공기업들이 최근 규칙개정실무협의회를 열고 ‘전력거래대금 결제일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의결했다. 한전에 재정 부담에 따른 조치다. 사진=한국전력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한국전력이 발전 공기업에 지급해야 할 전력대금에 대해 외상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경영난 심화로 제때 돈을 주지 못해 전력거래가 중단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19일 한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거래소, 발전 공기업들은 최근 규칙개정실무협의회를 열고 ‘전력거래대금 결제일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의결했다. 한전의 재무상황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전의 경우 발전공기업에서 전기룰 구매해 소매로 판매한다. 구매한 비용에 대해 한 달에 네 차례 걸쳐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경영난 심화에 따른 납부 기한을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해당 경우 채무불이행으로 간주해 다음 날부터 전력거래가 중지된다. 국내에서 유일한 전력 구매자인 한전이 전력거래에 차질을 빚으면 발전공기업 피해와 전력수급 차질이 예상된다.

특히 한전이 발전사에서 전력을 사들이는 가격인 전력도매가격(SMP)은 ㎾h당 192.75원으로 전년(84.22원) 대비 무려 228.9% 뛰었다. 올해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이 무산된 가운데 SMP가격 상승으로 한전의 재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지난해 6조원에 육박하는 역대 최대 영업손실에 이어 올해 적자 규모는 최대 2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한전은 자금조달을 위해 11조9400억원의 신규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달까지 발행한 회사채는 지난해(10조4300억원) 전체 발행 규모를 웃돈다.

이번 규칙 개정도 자금 부담을 느낀 한전이 전력거래소 측에 직접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개정안에 따르면 한전이 발전공기업에 전력거래 대금을 지급하기 어려울 경우 한 차례 지급을 미룰 수 있도록 했다.

납부를 유예하면 다음 차수에 해당분을 함께 내는 방식이다. 외상거래가 가능하도록 규정이 마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정안은 사실상 전력거래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 방지를 위한 조치로 이는 결국 한전에 재무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전의 재정 여력 문제는 하루 이틀 언급된 것이 아니다. 이번 조치도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전기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가격은 천정부지로 오르지만, 인상 요인을 반영할 전기요금은 제자리에 묶인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한전에 부담 감소를 위해 도입한 연료비 연동제가 도입됐지만 1년이 지난 시점에도 제자리걸음”이라며 “연료비 연동제는 제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로 정상화를 위한 전반적인 손질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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