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서울대 반도체 계약학과 설립위한 물밑 쟁탈전
글로벌 반도체 인력난 비상, 대학·기업 인재육성 사활
"반도체인력 확보, 수도권 대학정원 규제부터 풀어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인재 육성을 위해 서울대에 손을 내밀고 계약학과 설립과 공동운영을 제안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인재 육성을 위해 서울대에 손을 내밀고 계약학과 설립과 공동운영을 제안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국내 반도체산업의 제한된 인력풀에 기업 간 인재 유치전이 치열하다. 국내뿐 아니라 대만 TSMC와 미국의 인텔 등도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학교와 손을 잡고 인재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성균관대, 연세대, 카이스트 포스텍(포항공과대학) 등의 잇달아 반도체 계약학과를 개설했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고려대를 시작으로 서강대와 한양대 등과 손잡았다.

이는 국내 반도체업계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심화하는 인력난으로 고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기업은 주요 대학과 반도체 계약학과를 운영해 5년간 총 1160여명의 반도체 인력을 육성·확보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와 함께 서울대에도 손을 내밀었다. 이들 기업은 계약학과 신설과 공동운영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학비 지원을 비롯한 장학금 제공, 채용 보장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계약학과는 기업이 채용을 조건으로 대학에 만드는 교육과정이다. 대학의 경우 입학 정원과 별개로 선발할 수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서울대에 반도체 계약학과 운영을 비공식으로 타진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두 기업이 대학에 계약학과를 설립하려는 이유는 전문 인력 이탈이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업계는 글로벌기업들이 설비 투자 등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등 인력난이 심화할 것으로 본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산업 인력 확보 경쟁이 한창이다. 미국과 대만 등도 정부 주도하에 인력 양성 기반 마련에 나선 상태다. 기업들은 경쟁사보다 더 많은 임금과 복지혜택을 앞세웠다. 

특히 MZ(밀레니어+Z세대)를 중심으로 동종 업계에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보다 돈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같은 조건이면 임금이 많은 쪽을 택하겠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인력 이탈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이에 기업들은 임금 상승 등의 부담으로 대학교와 함께 인재 확보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기업들이 겪는 반도체 인력난 문제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혔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12일 당선인 공약에 맞춰 새 정부 출범 후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도체 특성화대학 지정 ▲관련 학과 정원 확대 ▲계약학과와 산학 연계 프로그램 등으로 현장 수요에 맞는 인재 육성 정책을 내놨다.

문제는 수도권 대학으로 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인 ‘수도권 정원 총량제’다. 인구집중 억제 차원에서 대학 정원은 총량으로 엄격히 규제된다. 4년제 대학과 교육대학, 소규모대학의 입학 정원은 수도권정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현실적으로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학과 정원을 조정하기 어렵다. 반도체 학과 인원을 늘리려면 대학 정원 확대가 필수적이다. 일각에서는 핵심인 ‘대학 정원 증대’ 내용이 빠졌다는 점에서 알맹이가 없는 정책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과 수도권 대학들은 정원 총량 규제로 당장 계약학과 설립으로 선회해 인력 양성에 나섰다”며 “반도체 인력 확보 경쟁이 국가 대항전으로 양상을 띠는 등 국내도 과감한 정책 개선으로 인력 양성에 서둘러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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