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인수 주역, 올 1분기 역대 최대 매출 
SK그룹 미래 먹거리 확보, IT·반도체 신사업 추진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하이닉스 인수 등의 굵직한 사건을 해결한 전략가로서 ARM 인수로 그룹 반도체 사업 규모를 키우려 한다. 사진=SKT 제공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하이닉스 인수 등의 굵직한 사건을 해결한 전략가로서 ARM 인수로 그룹 반도체사업 규모를 키우려 한다. 사진=SKT 제공

[서울와이어 한동현 기자] SK그룹의 ‘해결사’이자 2인자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의 큰 그림이 성과를 내고 있다. 그가 인수를 주도한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물적분할을 추진한 SK스퀘어는 신사업 투자 규모를 늘리고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지원한다.

추진력과 친화력을 갖췄다고 평가 받는 박 부회장은 SK그룹의 미래사업 다각화 방안을 고민한다. 지금까지 SK그룹의 대기업 자산순위 2위 기록, 반도체사업 확장 등의 성과를 냈고 앞으로의 행보도 긍정적인 전망이 펼쳐진다.

◆그룹 중대사 해결사

박 부회장은 1963년 마산 출생으로 1989년 선경(SK네트웍스)에 입사해 그룹 생활을 시작했다. SK텔레콤과 SKC&C 등을 거친 그는 2017년부터 SKT 대표를 맡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SK하이닉스 각자 대표와 SK스퀘어 대표직을 겸직 중이다.

그는 그룹 M&A 전문가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근본적 혁신(딥체인지)‘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임원이다. 그의 대표 성과인 하이닉스 반도체 인수와 SK스퀘어 물적분할 등은 그룹을 대기업 자산 2순위로 끌어올렸다.

지난달 27일 SK그룹이 대기업 자산 2순위로 오른 배경에는 반도체사업 활황이 주효했다. 그룹의 지난해 자산 증가액 52조5000억원 중 20조9000억원이 반도체분야에서 나왔다. 박 부회장이 인수를 이끌었던 SK하이닉스가 10년 만에 그룹을 견인하는 모양새다.

하이닉스 반도체 인수 작업은 당시 박 부회장에게 어려운 도전과제였다. 2012년 SK텔레콤의 사업개발부장이던 그는 하이닉스 반도체 인수작업을 이끌면서 내부 반대에 부딪혔다. 반도체사업은 투자 대비 성과 창출이 비효율적이라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박 부회장은 솔직하고 시원시원한 성격과 문제가 생기면 주도적으로 해결에 나선다는 외부평가에 걸맞게 추진력을 앞세워 인수를 성사했다. 

인수 후 SK하이닉스는 빠르게 실적을 내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2012년 영업손실을 제외하고 꾸준히 실적이 올랐고, 박 부회장이 직접 회사를 이끈 올 1분기에는 매출액 12조1556억원, 영업이익 2조8596억원, 당기순이익 1조9829억원 등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3.1%, 115.9%, 99.8% 늘어난 수치다.

박 부회장은 SK하이닉스 인수 후에도 사업 투자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키옥시아 지분, 인텔 낸드 사업부, 키파운드리 등의 인수를 주도했고 사업 규모를 단기간에 끌어올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기준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14.1%에 낸드 부분 자회사인 ‘솔리다임’의 점유율 5.4%를 더해 2위를 기록했다. D램 시장에서는 29.7%로 2위다.

◆투자 전문가로 두각

박 부회장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정보기술(IT)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2017년 SKT 신년사에서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영역에서 선제적이고 혁신적 아젠다를 제시하고 계열사, 글로벌 ICT기업, 국내외 스타트업 등과 협력을 강화해 글로벌 경쟁에 대비하겠다”며 사업구조 개편을 예고했다.

박 부회장은 탈통신을 기조로 티맵모빌리티, AI반도체기업 사피온 등을 신사업으로 추진했다. 그 결과 티맵모빌리티는 국내 내비게이션시장 부동의 1위로 자리매김했고 사피온도 국내 비메모리 AI반도체사업에서 경쟁사들을 기술적으로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SKT에 대한 박 부회장의 큰 그림은 물적분할로 이어졌다. 그는 SKT에서 투자전문 자회사 SK스퀘어를 물적분할했다. 이를 통해 그룹 내 현금을 가장 많이 보유한 SK하이닉스를 M&A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박 부회장과 임원들이 가진 대형 M&A 노하우에 자본 여력까지 갖추게 된 셈이다.

박 부회장의 큰 그림은 SK스퀘어를 통해 반도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메모리 반도체로 쏠린 사업구조를 시스템 반도체사업 확대로 균형을 맞추려는 것이다. 그는 지난 3월31일 SK하이닉스 출범 10주년 기념식에서 “경쟁력있는 파트너라면 누구와도 힘을 합쳐 성장동력을 발굴할 것”이라며 “현재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이라는 틀에 갇혀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제약이 있다”고 밝혔다.

박 부회장은 해결책으로 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 ARM 인수 카드를 고려한다. 그는 지난 3월30일 "ARM 인수합병을 위해 전략적 투자자들과 함께 컨소시엄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인수 방식을 언급했다.

업계는 글로벌 반도체 M&A 전문가로 입지를 다진 박 부회장의 최근 글로벌 행사 참석 행보 등을 미뤄 볼 때 빠른 시일 안에 M&A 세부계획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박 부회장이 최근 모바일월드콩그레스, CES 등에 참석하면서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과 관계를 다졌다”며 “그룹 중대사마다 영향을 끼쳤던 만큼 ARM 인수를 위한 밑그림도 빠른 시일 내에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와이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