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재편 통해 기업가치 향상 주력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 투자로 대응
핵심계열사 '그린사업' 초점 사업발굴 나서

SK그룹이 올해 친환경사업에 역점을 둔 성장을 추진한다. 사진=SK그룹 제공
SK그룹이 올해 친환경사업에 역점을 둔 성장을 추진한다. 사진=SK그룹 제공

올해 4대 그룹 순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12년 만이다. SK그룹이 반도체사업 성과에 힘입어 사상 첫 재계 서열 2위로 올라섰다. 앞으로 재계 순위는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과 사업 성과에 따라 더 큰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포스트코로나와 4차 산업시대를 맞는 4대 그룹의 사업 방향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SK그룹은 올해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던 ‘넷 제로(Net Zero)’에 속도를 올린다. 넷 제로는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룹은 이를 통해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과거 그룹의 성장은 정보통신기술(ICT)·석유·화학 등이 이끌었다. 하지만 산업이 변화기에 접어들면서 앞으로 그룹 성장은 반도체를 비롯한 배터리, 바이오, 수소 등이 주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그룹의 탄소중립 목표 하에 에너지·화학기업으로 대표되던 기업 이미지를 그린사업 중심으로 바꿀 계획이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은 그룹의 탄소중립 목표 하에 에너지·화학기업으로 대표되던 기업 이미지를 그린사업 중심으로 바꿀 계획이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탄소감축’ 초점, 미래 먹거리 발굴 ‘가속화’

그룹은 앞서 반도체사업 성장 가능성을 예측해 SK하이닉스를 인수하는 등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 왔다. 올해 재계 서열 2위에 오를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도 최 회장 등 경영진의 판단이 주효했다.

그룹은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 업계 화두로 떠오르자 발 빠르게 움직였다. 앞으로 글로벌기업을 평가하는 지표로 탄소 감축량 등의 수치가 중요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도 이에 맞춰 친환경사업을 중심으로 미래 성장 전략을 세웠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CEO세미나’ 에서 “SK가 2030년 전 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210억톤)의 약 1%인 2억톤의 탄소를 줄이는 데 기여하자”고 강조하며 감축 목표치를 제시했다.

구체적 목표치가 제시됨에따라 전사적 차원에서 관련 움직임이 가속화됐다. 계열사들은 저탄소·친환경사업 전환에 나선 상태로 친환경 관련 신사업 투자를 늘리는 등 역량을 집중했다. 

또한 그룹의 중장기 사업전략을 담은 ‘파이낸셜 스토리’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파이낸셜 스토리에서파 핵심은 기존 사업 틀에서 벗어난 탄소중립 실현을 앞당길 수 있는 사업모델 발굴이 핵심이다.

SK그룹은 이를 통해 성장 전략과 미래 비전 등을 제시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목표다. 외형 확대와 동시에 내실을 쌓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목표 실현을 위해 에너지·화학기업으로 발돋움한 SK이노베이션이 앞장섰다. 

회사는 그룹의 주력으로 평가받는 정유와 화학, 배터리부문을 자회사로 뒀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회사의 정체성을 그린사업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50년간 석유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회사의 새로운 도전인 셈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신규 포트폴리오 발굴에 주력하고 사업개발 및 연구·개발(R&D) 기능을 대폭 강화해 기술에 기반한 그린 포트폴리오를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친환경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성장동력을 지속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뿐 아니라 주요 계열사는 미래 성장동력 찾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으로 수소사업도 미래 먹거리 중 하나에 포함했다.

추형욱 SK E&S 사장이 지난해 10월 열린 취임 첫 미디어데이에서 미래 성장 스토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SK E&S 제공 
추형욱 SK E&S 사장이 지난해 10월 열린 취임 첫 미디어데이에서 미래 성장 스토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SK E&S 제공 

◆BBC+수소사업 육성목표, 공격적 투자 단행 

SK그룹의 성장동력 키워드는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반도체(Chip)다. 이른바 ‘BBC’로 불린다. 이미 지난해부터 육성을 위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BBC를 중심으로 수소사업도 점차 그룹의 중점사업으로 떠올랐다.

배터리의 경우 올해 초부터 SK온의 미국 조지아 1공장 제품 양산이 시작됐다. SK온과 포드의 합작사 ‘블루오벌SK’도 현지 배터리 생산라인 구축을 본격화한다.

바이오분야 성장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이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4년 송도 R&PD((Research&Process Development)센터 건립 등을 통해 CDMO 경쟁력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CDMO는 위탁생산(CMO)과 위탁개발(CDO)이 결합한 분야다. 회사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맞춰 세포·유전자 치료제(CGT)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백신 개발 등에 집중된 사업영역을 넓히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올 3월 기업공개(IPO)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CGT와 같은 신규 바이오텍 분야 진출과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등 기술 확보로 3~4년간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SK그룹은 반도체사업 역시 2012년 하이닉스 인수 후 10년 동안 46조원을 투자했고, 미래 반도체 수요에 대비해 추가 투자를 단행했다. SK하이닉스는 120조원을 투자해 2024년까지 용인에 반도체 공장 4곳을 짓는 클러스터를 조성할 예정이다.

이달 중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사업 착공에 들어간다. 이외 충북 청주에도 반도체 신규 공장을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래 반도체 수요에 대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수소사업 투자도 강화했다. 정부가 국내 수소경제 활성화 추지하면서 SK그룹도 관련 사업에 공들여 왔고, 친환경 수소 밸류체인 구축 로드맵을 짰다. 실행은 계열사인 SK E&S가 맡았다.

SK인천석유화학 공장 내 수소 액화플랜트를 짓고 2023년부터 수도권 등 전 지역에 액화수소 3만톤을 공급할 예정이다. SK E&S는 이와 함께 세계 최대 규모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미국 중서부 지역 5개 주, 32개 옥수수 에탄올 생산설비 시설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연간 최대 1200만톤까지 포집·저장할 수 있는 프로젝트다. 회사는 글로벌 CCS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는 동시에 탄소 배출권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SK E&S의 최종 목표는 이산화탄소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 수소생산이다. 이에 회사는 CCS 기술을 생산에 적용해 충남 보령 인근에 들어설 수소생산 플랜트에서 2025년부터 청정수소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산업의 흐름이 급격히 변화하는 가운데 미래사업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더 많은 기회를 잡게 될 것”이라며 “SK그룹의 반도체와 바이오, 수소 등의 선제적 투자가 재계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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