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사업… 경쟁사 대비 뒤처진 투자 속도
파운드리 선두 'TSMC'와 큰 격차 분위기 반전 절실
어려운 환경 속 경쟁력 확보 차원 대형빅딜 움직임
![서초동 삼성전자 건물[서울와이어 DB] [이태구]](https://cdn.seoulwire.com/news/photo/202205/469467_673094_32.jpg)
올해 4대 그룹 순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12년 만이다. SK그룹이 반도체사업 성과에 힘입어 사상 첫 재계 서열 2위로 올라섰다. 앞으로 재계 순위는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과 사업 성과에 따라 더 큰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포스트코로나와 4차 산업시대를 맞는 4대 그룹의 사업 방향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국내 재계 서열 1위 삼성그룹은 금융과 건설, 조선, 모바일, 가전사업을 주로 영위해왔다. 삼성은 사업영역을 점차 넓히기 시작해 현재는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등 3대 축이 그룹에 미래를 이끌어갈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삼성은 미래 핵심사업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타고 국내 경제를 리딩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다만 최근 3대 축 가운데 하나인 반도체사업의 경쟁력이 뒤처졌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문제가 생겼다.

◆미래사업 핵심, 반도체 경쟁력 하락 우려↑
삼성의 지금 위치를 만든 것은 단연 반도체사업이다. 앞서 회사는 반도체분야 대규모 투자로 글로벌시장을 선도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 부회장은 시스템반도체 1위를 목표로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하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이어 지난해 8월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2023년까지 240조원을 반도체·바이오·인공지능(AI) 등에 추가 투자 계획을 내놨다. 당시 단일기업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안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이 부회장은 전체 투자금액 가운데 75%가량인 180조원은 국내에 집중하겠다고 밝히면서 미래사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가운데 시스템반도체 투자금액을 38조원 늘렸다. 첨단 파운드리(반도체위탁 생산) 공정 연구개발과 생산라인 증설을 위한 목적이다.
삼성전자도 이에 맞춰 설비 증설에 속도를 냈고, 올 하반기 경기도 평택캠퍼스 내 세 번째 반도체 생산라인(P3) 완공을 앞뒀다. P3는 마감 공사가 한창으로 클린룸(먼지·세균이 없는 생산시설) 규모만 축구장 면적 25개 크기를 갖췄다.
단일 반도체라인 중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삼성전자는 P3라인 외 네 번째(P4)라인 구축도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제2 파운드리공장 건설 계획도 확정했다.
이처럼 삼성전자뿐 아니라 그룹 전체를 지탱할 것으로 전망됐던 반도체사업은 위기에 직면했다. 이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는 2020년부터 두각을 나타낸 대만의 TSMC에 자리를 내줬다.
미국의 인텔까지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하면서 삼성전자의 입지를 좁혀오는 상태다. TSMC와 인텔은 공장 증설과 기술력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반도체 수율 문제가 겹쳤다.
또한 TSMC의 높은 기술력 등이 부각되면서 삼성전자는 힘겨운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당장 삼성은 국내 기흥·화성과 평택, 미국 텍사스의 시스템반도체 삼각 축을 중심으로 경쟁사 공세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압계 관계자는 “전 세계 반도체 경쟁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과 맞물려 각 나라가 정부 차원 지원에 나서면서 국가전 양상을 띤다”며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관건은 적기 타이밍에 이뤄지는 대규모 투자”라고 설명했다.

◆분위기 반전 차원 대형 ‘빅딜’ 움직임 가속화
기존 반도체시장은 인텔,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종합반도체회사(IDM)가 주도권을 잡았다면, 산업 지형이 변화함에 따라 TSMC 등을 주축으로 한 파운드리와 펩리스(설계) 기업으로 판도가 넘어갔다.
TSMC의 경우 파운드리만 전문으로 하면서 전문 기술력을 충분히 갖췄다는 평가다. 기업의 영향력도 커지면서 파운드리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TSMC의 시장 점유율은 52.1%이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8.3%로 전 분기(17.2%) 대비 1.1%포인트 늘렸지만, 격차는 여전하다. 삼성이 내세운 시스템반도체 1위를 위해 일감 확보가 필수적이다. 다만 수율 문제에 따른 고객사 이탈도 예상되면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한방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이에 삼성도 그룹 차원에서 인수합병(M&A)을 모색 중이다. 이 부회장의 경영 참여 제한 등으로 어려운 상황 속 M&A로 활로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겸 부회장은 연초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다”며 가능성을 키웠다.
최근 내부적으로도 M&A 관련 움직임이 빨라졌다. 한 부회장 직속으로 신사업 전담 태스크포스(TF) 조직이 신설됐다. 반도체 M&A 전문가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마코 치사리를 삼성반도체혁신센터장으로 영입했다.
그룹의 M&A 전문가로 알려진 안중현 사업지원TF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돼 삼성글로벌리서치(옛 삼성경제연구소)로 이동했다. 관련 업계 사이에서는 삼성전자의 대형 M&A가 임박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올해 1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보유액은 125조8896억원이다. 2017년 말(83조원)보다 약 40조원 증가한 규모다. 차입금과 1년 내 현금화 가능한 유동자산을 포함하면 M&A에 투입할 수 있는 자산은 최대 200조원이 넘는다.
삼성 내 ‘빅딜’은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9조4000억원에 인수 후 사실상 멈췄다. 삼성전자의 M&A가 이뤄질 경우 약 6년 만에 시장에 복귀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그룹 성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 대상은 시스템반도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한편에서는 메타버스나 로봇 등 새로운 영역이 될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한 부회장은 실무진과 원테이블 회의에서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M&A는 외형 확장과 관련 분야 경쟁력을 단기간 내 키울 수 있는 무기”라며 “SK와 현대차, LG 등도 대규모 투자를 비롯해 M&A로 경쟁력을 키워왔다면 삼성이 뒤처져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 빅딜에 전제조건은 이 부회장의 복귀지만, 시간이 지체될 경우 경쟁력 우려가 심화할 것”이라며 “미래산업 주도권 확보와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라도 조만간 M&A 시장에 다시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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