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무버' 전략… 전기차부문 성장세 두각
글로벌 모빌리티기업 전환, 대규모 투자 단행
로보틱스·UAM·수소에너지 주도권 확보 나서

올해 4대 그룹 순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12년 만이다. SK그룹이 반도체사업 성과에 힘입어 사상 첫 재계 서열 2위로 올라섰다. 앞으로 재계 순위는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과 사업 성과에 따라 더 큰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포스트코로나와 4차 산업시대를 맞는 4대 그룹의 사업 방향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모빌리티기업 전환에 밑그림을 구체화했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친환경차 시장에 ‘퍼스트 무버’가 되겠다는 전략은 이제 막 본궤도에 올랐다. 로보틱스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초격차를 위한 지원과 투자도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탈 내연기관차 속도, 전기차 중심 사업구조 재편
올해 현대차의 전기차 기술력이 글로벌시장에서 인정받았다. 현대차 자체 플랫폼인 E-GMP가 탑재된 첫 전기차 아이오닉5가 미국 뉴욕 오토쇼에서 열린 ‘2022 월트카 어워즈’에서 세계 올해의 차에 선정된 데 이어 영국과 독일 등에서도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
미국 전기차 제조기업 테슬라가 주름잡는 시장에 후발 주자로 뛰어든 현대차의 존재감이 상승했다. 정의선 회장의 과감한 퍼스트 무버 전략이 주효했다. 정 회장은 기존 자동차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종합 모빌리티 솔루션기업으로 재편을 위해 이 같은 전략을 내세웠다.
그룹도 이에 맞춰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비롯한 미래를 착실히 준비해왔다. 그간 준비 과정은 지난해부터 서서히 결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대차·기아가 지난해 글로벌시장에서 판매량은 총 25만2719대로 톱 5위권에 진입하면서다.
세계적 호평에 힘입어 올 1분기에도 총 7만6801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동기(4만4460대) 대비 무려 73% 증가한 수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물류 적체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국제정세 불안 속에 이룬 성과로 높이 평가된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안정적인 성장세를 기반으로 선두권으로 치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과 송호성 기아 사장은 각각 글로벌 전기차 시장 판매 목표치를 300만대 이상으로 상향했다.
2030년까지 31종 이상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춘다는 구상으로 E-GMP 이후 차세대 플랫폼 연구개발과 전기차 생산을 위해 투자 계획도 공개했다. 연구개발 투자 39조1000억원, 설비투자 43조6000억원, 전략투자 12조8000억원 등이다.
전동화부문에만 20%인 19조4000억원이 투입된다. 전기차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핵심 부품을 표준화·모듈화하는 통합 모듈러 아키텍츠(IMA) 체계도 2025년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전기차와 함께 공들인 자율주행분야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1’에서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 5를 기반으로 모셔널과 공동 개발한 로보택시의 실물을 처음 공개했다.
로보택시는 올 하반기 시범 서비스에 돌입한다. 모셔널은 현대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차량을 공급하고 미국 차량공유업체 리프트가 자사 서비스망에서 운영하는 방식으로 완전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상업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전동화, 자율주행부문 등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현대차그룹의 시선은 점차 로보틱스와 UAM, 수소에너지 쪽으로 이동했다. 새로운 분야 과감한 도전으로 본격적인 글로벌 모빌리티기업으로 나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 중이다.

◆글로벌 모빌리티기업 전환, 과감한 투자 ‘속도전’
2020년 12월 약 1조원을 투자해 세계적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6월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마쳤다. 올해 1월 미국에서 열린 CES2022에서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선보였다.
스팟은 로보틱스랩의 인공지능(AI) 기반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AI 프로세싱 서비스 유닛’이 접목됐다. 주로 산업현장에서 활용된다. 지난해 9월부터 경기 광명시 기이 오토랜드 현장에 안전 유지를 위한 목적으로 시범 투입됐다.
그룹은 UAM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차세대 모빌리티산업으로 떠오른 UAM 기술 개발에 속도를 냈다. 현대차그룹은 2040년 전 세계 UAM 시장이 1700조원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미국 현지에 UAM 법인 슈퍼널을 설립하고, 영국에는 세계 최초로 수직 이착륙장(버티포트) ‘에이원’을 구축했다.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등 슈퍼널은 첫 수직이착륙기(eVTOL) 상용화 시점을 2028년으로 잡았다. 또한 5년 내 한국·미국·독일·호주 등 주요 도시에 200여개 에어원을 건설한다는 목표다.
국내 수소경제 실현에도 앞장섰다. 앞서 정 회장은 2040년 수소에너지 대중화를 선언했고, 수소 벨류체인 구축을 가속했다. 우선 약 1조3000억원을 투자해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연산 10만기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현대모비스 인천·울산공장에 세울 계획이다.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브랜드인 에이치투(HTWO)를 출시하면서 해외시장 진출도 계획 중이다. 중국 광저우에 HTWO 첫 공장이 드러설 예정이다. 해당 공장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에 해외 거점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수소리더로서 현대차의 역할도 커졌다. 지난해 9월 국내 민간기업이 중심이 된 한국판 수소위원회로 불리는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을 발족했다. 현대차그룹은 SK와 포스코 롯데 등과 구심적 역할은 한다.
아울러 그룹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 등이 지속됨에 따라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등 미래차 동력 확보에도 힘을 쏟는다.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올해 새 정부 출범을 기점으로 국정과제 수행에 중요한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이전부터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 과감한 투자에 나선 결과 구체적 성과가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며 “올해도 해외 전기차 공장 증설과 연구개발 등의 추가 투자를 예고한 만큼 더 큰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