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미래차 전환' 선봉장, 성과로 경영 능력 입증
제네시스·전기차 등 해외시장 성공적인 안착 이끌어
북미·유럽지역 선전에 힘입어 올해 일본시장 재도전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와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의 성장을 이끌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와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의 성장을 이끌었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장재훈 사장이 이끄는 현대자동차가 차랑용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러시아 공장 가동 중단 등 연이은 악재를 극복하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 사장(대표이사)에 올라 현대차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했다. 회사의 사업구조 무게추를 기존 내연기관차 중심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 부문으로 옮기며 과감한 혁신에 나섰다.

아이오닉5와 제네시스 GV60의 성공적인 론칭으로 현대차와 제네시스의 전동화 비전을 보다 구체화했다. 장 사장의 혁신으로 현대차는 글로벌 전기차시장에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그는 올해 전기차를 앞세워 한 차례 실패를 겪얶던 일본시장에 재차 도전장을 내밀었다.

◆‘삼성맨’ 장재훈, 현대차 전동화 전환 주도

장 사장은 1964년생으로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보스턴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삼성그룹 출신으로 2011년 현대글로비스 글로벌사업실장으로 현대차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지금의 현대차로 이동했다. 현대차에서 초기에 그가 맡은 역할은 고객 서비스에 집중됐다. 장 사장은 고객채널서비스사업부장 겸 고객가치담당을 지냈고, HR 사업부장 등을 거치며 역할이 점차 커졌다. 

장 사장은 정의선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정의선 회장이 그룹 전면에 나선 시점에 그도 두각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2018년 수석부회장 시절 그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장 사장은 전사적 차원에서 단행된 혁신 활동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대표적인 예로 자율복장제 도입과 직급체계 개편 등이다. 그는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깨면서 현대차의 혁신을 이뤄냈고, 정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그는 능력을 인정받아 2019년 국내사업본부장도 겸직했다. 정 회장은 이듬해인 2020년 장 사장에게 제네시스 사업본부장도 맡겼다. 그가 핵심보직 3개를 겸직하게 된 것이다. 이는 현대차의 순혈주의를 깨는 파격 인사로 주목받았다. 

그가 1인 3역을 맡은 직후 현대차는 ‘코로나19’라는 커다란 위기와 맞닥뜨렸다. 그럼에도 현대차와 제네시스는 사상 최대실적을 경신하는 등 안정적으로 성장했다. 그는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 사장(대표이사)으로 발탁됐다.

삼성 출신으로 사장 자리까지 오른 그는 미래차 전환 가속 페달을 밟았다. 동시에 제네시스의 국내외 시장 입지를 다지는 데 주력했다. 장 사장의 노력으로 현대차는 전기차시장 신흥 강자로 떠올랐고, 제네시스는 고급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장 사장은 고객가치담당 시절 쌓은 경험을 토대로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입지를 갖추는 데 기여했다. 사진=현대차 제공
장 사장은 고객가치담당 시절 쌓은 경험을 토대로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입지를 갖추는 데 기여했다. 사진=현대차 제공

◆‘제네시스’ 브랜드 고급화, 이정표 정립

국내에서 제네시스는 이른바 ‘회장님 전용차’로 불린다. 실제 지난해 9월 ‘수소모빌리티 쇼’에 참석한 국내 재벌 총수와 임원들의 차량은 대부분 제네시스 G90 모델이 차지했다. 글로벌시장에서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굳혔다. 

장 사장은 현대차의 소비자 참여형 소통 프로그램인 ‘H옴부즈맨’을 직접 찾아 고객의 목소리를 들었다. 현장에서 나온 아이디어와 개선 사항을 차량 개발부터 생간과 판매 등에 즉각 반영했다. 그가 고객가치담당 시절 쌓은 경험이 브랜드 구축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 스포츠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와 유럽 프로골프(EPGA) 등을 후원하며 브랜드를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통해 브랜드 로고 노출은 물론 제네시스 완성차 제품 이미지 각인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V80 모델의 경우 유명 골프선수인 타이거 우즈를 살린 차량으로 명성을 얻었다. 타이거 우즈는 지난해 2월 인비테이셔널 대회 기간 스폰서로 선정된 현대차의 GV80을 탔다.

당시 외신에 따르면 타이거 우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제네시스 GV80을 운전하고 가던 중 중앙분리대와 충돌하며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지만,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대형사고 였음에도 차량 내부는 거의 파손되지 않았다는 입소문으로 톡톡한 홍보효과를 누렸다.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안전한 차량에 부여하는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Top Safety Pick+)’를 획득하는 등 제네시스의 미국시장 공략은 탄력받았다.

지난해 GV80의 수출 물량 대부분도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 집중됐다. 특히 GV80의 미국 판매량만 2만316대로 돌풍을 일으켰다.  장 사장은 이를 계기로 제네시스 전동화모델과 SUV 등 라인업을 확대하고 고급화 전략을 강화했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올해 1분기 현대차는 판매량 감소에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6% 늘어난 30조2986억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6.4% 증가한 1조9289억원을 기록했다.

반도체 수급난과 원자재가격 급등, 물류비 상승 등의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달성한 성과다. 장 사장의 판단과 능력이 돋보였다. 회사의 전기차시대 문을 활짝 연 장 사장의 눈은 일본시장으로 향했다.

장 사장의 노력으로 현대차는 해외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다. 그는 이 같은 성공을 토대로 일본 시장에 재도전한다고 밝혔다. 사진=현대차 제공
장 사장의 노력으로 현대차는 해외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다. 그는 이 같은 성공을 토대로 일본 시장에 재도전한다고 밝혔다. 사진=현대차 제공

◆전기차시대 포문, 다음 목표는 일본시장

앞서 회사는 전기차시대 전환을 선언했고, 테슬라 등과 비교하면 전기차 후발 주자로 분류된다. 무엇보다 그의  가장 큰 고민은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제네시스 전동화모델의 해외시장 안착이었다. 

그는 이러한 고민을 일정 부분 털어냈다.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현대차의 아이오닉5가 인기를 누리며 위상은 단기간내 높아졌다.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의 경우 기존 전기차와 다른 차별성으로 존재감을 뽐냈다.

아이오닉5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가 적용됐다. E-GMP의 최대 강점은 차량 외부로 전원을 공급할 수 있는 V2L(Vehicle to Load) 기능과 배터리의 초급속 충전 시스템 등으로 꼽힌다.

이에 아이오닉5는 미국과 유럽 각종 자동차전문매체 등의 비교평가에서 기술력을 인증받았다. ‘2022 세계 올해의 차‘와 ‘올해 전기차‘에 잇달아 선정됐다. 미국을 비롯한 독일과 영국 등 완성차 선진시장에서도 아이오닉5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디자인 역시 ‘세계 올해의 자동차 디자인’ 등을 비롯한 주요 시상식을 휩쓰는 등 호평이 지속됐다. 장 사장은 수소전기차 부문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창출했다. 현대차의 넥쏘가 글로벌 수소전기차 판매량 1위에 오르면서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3월 전 세계 판매된 수소전기차는 3939대로 집계됐다. 현대차의 넥쏘는 1710대가 판매돼 전체 42.3%의 점유율로 선두를 달렸다.

장 사장은 현재 성과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아이오닉5 세계 올해의 차 시상식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것”이라며 “전용 플랫폼이 있어야 전기차의 성능과 품질이 좋아진다”며 추가 플랫폼 개발 계획을 밝혔다.

그는 신규 플랫폼 연구·개발과 전기차 라인업 확대 등의 승부수로 글로벌 전기차시장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계획이다. 아울러 그는 북미를 비롯한 유럽시장 성공을 토대로 일본시장 재진출을 선언했다.

일본 정부는 2035년까지 내연기관 신차 판매 중단과 전기차 보급을 추진 중이다. 그는 일본 내 완성차기업들의 전동화 전환 속도가 느리다는 허점을 노렸다.

장 사장은 “현대차는 일본시장 철수 후 다양한 형태로 고민을 지속해왔다”며 “원점으로 돌아가 진지하게 고객과 마주보기로 결심했다”고 재도전 각오를 다졌다. 과거 실패를 교훈 삼아 일본 전기차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내 전기차 비중은 미국과 중국에 비하면 현저히 낮다. 장 사장도 현재 시장 흐름에 따라 재도전에 적기로 본 것 같다”며 “일본 내 완성차기업들의 전동화 전환이 뒤처지면서 현대차가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판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차가 올해 제시한 글로벌 전용 전기차 판매 목표는 20만대다. 그의 일본시장 재도전에 업계 관심이 크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 시장을 잃었지만, 일본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목표 달성이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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