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포토마스크를 든 윤석열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제공)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든 윤석열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보여준 반도체 정부를 향한 의지는 차갑게 식은 국가의 성장 엔진이 다시 박동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하게 한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전문가인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반도체 특강을 하게 하고 모든 국무위원에게 죽기 살기로 반도체 열공을 하라고 주문했다.

특히 수도권 대학 정원규제 등 법적 규제를 빌미로 대학에서의 과학기술 전문인력 양성에 소극적인 교육부를 향해 '그런 교육부는 필요 없다'고 일갈했다. '경제부처라는 생각을 가져라',' 혁신하지 않으면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도 했다. 미래인력 양성에 발 벗고 나서지 않으면 교육부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대통령의 언급처럼 반도체는 국가 안보 자산이자 우리 산업의 핵심이고, 전체 수출액의 20%를 차지하는 경제의 근간이다. 반도체 없는 대한민국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윤 대통령은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본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하면서 처음으로 찾은 곳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이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은 이를 두고 "바이든 대통령의 평택 반도체공장 방문은 대한민국을 안보 전략적 차원에서 미국이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세계에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라고 했다.

오늘날 반도체는 모든 산업에서 절대 불가결한 린치핀(Linchpin)이다. 특히 거세게 몰아치는 4차 산업혁명의 두뇌와 심장은 반도체 그 자체다. 반도체가 국제경쟁력을 잃어버리는 순간 대한민국은 전략적 가치를 상실한 별 볼 일 없는 국가로 전락한다.

하지만 반도체산업 육성에서 가장 핵심인 전문인력 양성은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혀 경쟁국인 대만이나 중국, 일본, 미국에 크게 뒤처져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수십 년째 이를 방치해왔다.

국토 균형발전과 수도권 인구집중 억제를 위해 약 40년 전 만들어진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수도권 대학이 정원을 늘릴 수 없도록 했는데 이 법이 아직 시퍼렇게 살아있다. 대학들이 시대변화에 맞춰 학과 구조조정을 하면 첨단학과를 개설할 수 있지만 기존 학과 교수와 학생들의 수구적 반발에 막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반도체산업을 육성하겠다며 특별법을 만들었지만, 이 부분은 쏙 빠져 반쪽이 되고 말았다.

업계에서는 향후 10년간 약 3만명의 신규인력이 필요하다고 호소하지만, 대학들의 반도체 관련 입학정원은 다 끌어모아도 1,0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대만이 연간 1만명, 중국이 20만명을 양성하고 있다는데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균형발전이나 수도권 과밀 억제도 명분이 있긴 하지만 국가의 생존보다 더 우선일 수는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한 명의 창조적 인재가 국가를 먹여 살릴 수도 있다. 그 인재들이 수도권을 원한다면 거기에 그들이 뛸 수 있는 판을 깔아줘야 한다. 여기에 무슨 구구한 사족이 필요한가.

현재 국내 반도체 기업의 생산 시설은 차로 1시간 이내 거리인 수원과 평택, 용인, 청주 등에 산재해 있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전력을 전라남도 나주로 옮기면서 생뚱맞게 1조원 이상이 투입될 한전공대를 만들었다. 반도체 거점 지역에 반도체 대학이나 대학원을 세우지 못할 이유가 없다.

김종현 본사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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