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빈 기자
고정빈 기자

[서울와이어 고정빈 기자] “목적은 동의하나 혼란만 늘었다.” 건설업계 관계자가 평가한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오래 전부터 건설현장에는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잇따랐다. 예전에는 장비가 부족하고 안전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사고가 잦았다.

하지만 최신식 장비와 안전경영에도 발생하는 사고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수많은 사람이 가족을 잃었고 그들은 지금도 고통받는다. 이에 정부는 인식 제고를 위해 올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강력한 법안을 시행했다.

처음 중대재해법 시행이 예고됐을 때 건설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처벌 수위가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건설사들은 중대재해법을 피하기 위해 안전을 강화하고 시설을 정비하는 등 사고예방에 총력을 기울였다.

시행 전부터 업계의 불만이 속출했다. 처벌대상과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의견을 반영하고 시행 전 해설서를 배포했으나 업계의 반응은 싸늘했다. 수많은 우려 속에서 결국 올 1월부터 중대재해법이 시행됐다.

건설사들은 처벌을 최대한 회피하기 위해 안전을 중심으로 사업을 운영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예상과 달리 올 1분기 55명에 달하는 건설현장 사망자가 발생했다.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이 미흡하거나 부주의로 인한 사고도 포함됐을 것이다. 조사결과에 따른 처벌은 당연하다.

다만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결과적으로도 사망사고는 지속됐고 오히려 건설업계가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는 부정적인 효과를 초래했다. 중대재해법 영향으로 올 2월 건설업계 경기전망은 1년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법 시행으로 사업운영이 위축됐고 일부 건설사는 사업속도를 낮추며 안전을 강화했다.

물론 중대재해법이 잘못된 법안이라고는 할 수 없다. 분명 재해를 줄이기 위해 마련된 좋은 취지고 업계도 동의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의문스러운 점이 한 두개가 아니다.

당장 중대재해법을 이해하는 건설사가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 중대재해법이 없다고 건설사가 안전을 소홀히하지는 않는다. 처벌도 처벌이지만 사고로 인한 이미지 타격을 가늠하기 어렵다.

건설업계의 편을 들어주는 게 아니다. 건설업계의 위축은 공급가뭄으로 이어지고 집값상승에도 영향을 미친다. 피해는 우리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다른 방안을 고려해볼만 하다는 얘기다. 마련이 쉽지 않다면 확실한 기준으로 이해를 돕고 위축된 업계의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한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주택시장이 침체기에 빠질 수 있다. 건설업 직종을 기피하는 현상도 심화되고 수익개선 실패로 사라지는 중소건설사들이 많아질 것이다. 건설사들이 회사의 이익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의 미래가 어두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질문이 아닌 정답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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