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와이어 정현호 기자] ‘노동개혁’을 강조했던 윤석열 정부가 시작부터 오점을 남겼다. 지난 일주일을 뜨겁게 달궜던 화물연대 총파업 과 관련해 다소 미흡한 대처를 보이면서다. 정부와 화물연대는 극적으로 협상 타결을 이뤘지만, 산업계는 파업 여파로 1조6000억원 상당의 손실을 냈다.
무엇보다 이번 파업은 윤석열 정부의 노정관계 첫 시험대였다. 윤 대통령은 법과 원칙을 내세워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파업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들이 경찰에 연행됐고 확실히 정부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화물연대가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한 발 빼는 제스처를 취했다. 정부의 소극적인 대처가 반도체와 철강 등 국가 핵심 산업의 공급망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었다. 다행히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 협상은 극적으로 타결됐다.
화물연대는 파업으로 원하는 바를 일정 부분 얻어냈다. 정부를 상대로 요구했던 안전운임제 연장 시행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문제는 이제 곧 기업들의 임금협상 시즌이 다가온다는 점이다.
이미 현대제철, 한국지엠 등 대기업 노조의 하반기 투쟁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이들 노조는 화물연대 총파업을 지켜보며 사측과 협상에서 강경 투쟁만이 답이라는 ‘힌트’를 얻었을지 모른다.
특히 정부는 노사 문제를 기업 자율에 맡겼다. 실제 윤 대통령은 “정부가 법과 원칙, 중립성을 가져야만 노사가 자율적으로 자기의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역량이 축적돼 나간다”고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더이상 외면하지 않겠다”는 발언과 상당히 거리가 있다. 사실상 정부는 관망할 테니 기업이 스스로 해결하라는 의미다. 기업들은 이 부분을 가장 우려한다.
현재 기업들이 여기는 가장 시급한 문제는 노사관계 재정립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이와 관련 정부가 노사 간 균형 회복을 위해 노동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손 회장은 지난달 17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경영계 의견을 전달했다. 당시 이 장관은 “산업현장의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는 것을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정부는 노사 균형을 위해 조정자 역할을 다하고 자주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시작부터 약속을 저버린 꼴이 됐다. 법치주의는 세웠을지 몰라도 조정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는지는 의문이다. 그간 정부는 경제계에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성장’,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 등을 공언했다.
기업이 정부에게 바라는 것은 말이 아닌 행동이다. 앞으로 노동계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외쳤던 노동개혁에 진정성을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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