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직전에도 금리 올린 총재
[서울와이어 장경순 기자]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Fed가 지난 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방기금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면서 한국은행의 다음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주목되고 있다. 미국의 연방기금금리가 1.50~1.75%로 뛰어오르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1.75%와 거의 차이가 없어졌다.
오는 7월13일 금통위 회의는 이런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 4월 취임한 이후 두 달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지 않았더라면 한은은 7월 금통위에서 더 큰 압박을 받았을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6월18일을 맞고 있다. 이날이 무슨 날인지 인식하는 사람이 거의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의 국가대표 축구팀이 이탈리아를 누르고 8강전에 오른 것을 기억할 그런 날이다.
지금부터 18년 전인 2004년 6월18일, 한국은행의 21대 총재인 전철환 총재가 타계했다.

전 총재는 한은의 21대 총재이지만, 이 나라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확립한 점에 있어서는 초대 총재와 다를 바 없는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사람이다. 또한 그가 취임한 1998년은 나라 경제가 한 해 전의 외환위기, 즉 ‘IMF 위기’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을 때다. 위기극복과 함께 중앙은행의 위상 확립의 큰 업적을 남겼다. 전철환 총재로부터 한은 총재의 4년 임기는 철저 보장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됐고, 이는 총재 임기 중 정권교체가 이뤄지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 됐다.
금리를 정하는 일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그는 한은의 독자적 판단을 강조했다. 심지어 2000년 총선을 두 달 앞둔 시점에서 금리를 올리기도 했다. 이는 권력 핵심부에서 그의 거취를 언급할 정도의 위기를 가져온 것으로 뒷날 알려지기도 했다.
이와 함께 외환위기 극복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조달을 위해 재정경제부(지금의 기획재정부)가 발행한 국채물량의 관행에 따른 한은 인수를 거부하고 금융시장을 통한 물량해소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정부에 설득했다. 그 결과, 한국에 사상 처음으로 실질적인 채권시장이 탄생해 오늘날 유전 수십 개의 경제효과를 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관급’ 공공기관의 수장이면서도 그는 통화정책이 아닌 그 어떤 것에도 나서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금리, 또는 거시경제 상황에 대한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더 큰 공신력을 얻었다.
재임 중 두 아들을 장가보낼 때마다 한은 직원들에게조차 비밀로 붙였던 청렴한 처신은 오늘날 인사청문회 때마다 난리가 나는 지도층 인사들과 너무나 다른 결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한은은 심상치 않은 인플레이션에 맞서면서도 폭증한 가계부채를 함께 염두에 둬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선제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누르려면 금리를 올려야 한다. 그러나 이른바 영혼까지 탈탈 털어 대출받아 집 산 사람들이 천지에 널려 있다. 금리인상이 대규모 가계파탄을 초래할 염려를 안 할 수가 없다.
정답은 오로지 경제상황에만 기초한 정책 판단일 따름이다. 일체의 정치권 압력도 뿌리칠 뿐만 아니라 ‘명성 관리’에만 집착하는 돌발성 금리결정도 함께 배격해야 한다. 전 총재 이후 20여년 세월동안 한은의 거시경제 분석능력은 특히 더 향상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책 하나하나가 가져올 계량적 효과를 최대한 세밀히 분석하면서 오로지 한은 본연의 목적, 물가와 금융안정을 달성해 줄 것을 기대한다.
전철환 총재의 기일인 6월18일은 그런 기대를 특히 크게 가져보는 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