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석범 기자
사진=최석범 기자

[서울와이어 최석범 기자] "작년에 자동차보험으로 흑자를 봤으나, 누적된 적자는 최근 10년간 6조원에 달합니다. 보험료를 인하하는 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동차보험 지속성에 긍정적일지 모르겠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와 자동차보험에 관해 얘기를 나누던 중 나온 하소연이다. 일회성으로 발생한 흑자를 두고 차 보험료 인하를 논하는 게 아쉽다는 푸념 섞인 말이었다.

자동차보험은 손해보험사에 '아픈 손가락'이다. 과거 손해보험사의 주력상품으로 효자 노릇을 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 위상을 찾아볼 수 없다. 매년 적자를 내 손해보험사의 골칫덩이로 전락하면서다. 손해보험사가 보장성 인보험 같은 상품으로 번 돈을 자동차보험 적자를 메꾸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런 자동차보험이 작년 흑자전환을 하자, 보험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흑자를 냈으니 보험료를 할인해 수익을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올해 초 삼성화재를 시작으로 주요 손해보험사가 보험료를 일부 인하했다.

그러나 보험료 인하가 적용된 지 4개월 만에 또 인하 목소리가 나오는 모양새다. 근거가 된 것은 적정 수준을 유지한 '손해율' 이다. 손해율은 보험회사가 거둔 보험료 중 지출한 보험금의 비율을 뜻한다. 

보험업계의 예상과 달리 올해도 코로나19가 계속됐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가 크게 올랐다. 자동차 운행량을 감소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발생하면서 손해율이 적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시장의 88%를 차지한 상위 5개사 손해보험사의 손해율은 70% 중후반으로 집계됐다.

손해보험사들이 지금과 같은 수준의 손해율을 유지하면 내년도 흑자 거둘 게 자명하다. 최근 집중호우로 침수차량 피해가 늘어 1000억원대 손해액이 추산됐지만, 업계는 거둔 보험료의 많은 부분을 출재해 실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자동차보험료를 인해해야할까. 보험료가 인하되면 일시적으로 소비자의 보험료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자동차보험의 지속가능성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향후에는 보험사들이 우량물건만 받기 위해 인수심사를 강화할 게 뻔하다. 적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면 실손보험처럼 판매를 중단하는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 최근 10년간 손해보험사가 자동차보험을 판매해 얻은 누적 적자가 6조원 이상이라고 한다. 정책보험 특성상 보험료를 대폭 올릴 수 없는 구조 탓이다. 

보험료 인하를 요구하는 게 능사인지는 고민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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