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래디에이터 거론… 윤 대통령 '자신감 없는 황제'로 빗대
법원 제출 가처분 신청 탄원서에는 절대자, 신군부로 묘사하기도
대응하면 프레임 말려 진흙탕 싸움… 무대응 전략 이유로 해석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서울와이어 최석범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작심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선 넘는 발언에 여권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작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입이 이달 23일 제기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점으로 독해졌다. '1일 1독설'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윤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향한 '작심비판'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이달 22일 한 종편방송에 출연해 '(당 대표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고 하면 어떻겠나'는 질문에 "(내년) 1월에 전당대회를 하면 11월쯤 또 뭐가 쑥 나타나서 옆구리 한번 푹 찌르고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영화 글래디에이어를 거론하고 "결국 검투사가 대중의 인기를 받게 되고, 그 인기를 잠재우기 위해 황제 본인이 직접 검투사와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며 "그런데 황제가 자신감이 없으니까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옆구리를 칼로 푹 찌르고 시작한다"고 했다.

'글래디에이터'는 황제의 총애를 받던 로마의 장군 '막시무스'의 복수를 다룬 영화다. 막시무스는 황제인 친아버지를 살해하고 황제 자리에 오른 '코모두스'의 모함으로 가족을 잃고 검투사가 된 뒤 복수에 성공한다.

글래디에이터 속 주인공 '인기 많은' 막시무스를 본인으로, '자신감 없는 황제'를 윤 대통령에 빗댄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최근 공개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탄원서에서 윤 대통령을 사실상 겨냥해 절대자라고 표현하며 새 정부를 신군부라고 직격했다.

이 사태(최고위원회에서 비대위 체제로 전환)를 주도한 절대자가 있다고 말한 후 "절대자는 지금의 상황이 사법부에 의해 바로잡아지지 않는다면, 비상계엄 확대에 나섰던 신군부처럼 이번에 시도했던 비상상황에 대한 선포권을 더욱 적극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비상선포권은 당에 어떤 지도부가 들어온다 하더라도 뇌리의 한구석에서 지울 수 없는 위협으로 남아 정당을 지배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윤 대통령을 향한 강도높은 비판에 여권 인사들의 비판만 나올 뿐, 정작 당사자인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달 23일 오후 브리핑에서 '이 전 대표 탄원서에 대통령을 공격하는 단어들이 있다'는 질문에 "저도 브리핑에 들어오는 길에 뉴스에서 보도되고 있는 것을 봤다"면서 "제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표의 작심비판을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배경에는 대응하면 이 전 대표의 힘이 더 커진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대응을 하면, 이 전 대표가 만든 프레임에 말려 갑론을박을 벌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표는 여당과 불화에 의한 정치적 박해 이미지를 공고히 하고 재기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윤 대통령의 멘토로 불린 신평 변호사는 "(이 전 대표는) 지금 윤 대통령과 전면전을 선포하고 프레임을 짜기 시작했다"며 "윤 대통령과 여당은 무대응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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