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10곳 9월 예상밴드 2333~2575선
‘바닥’으로 해석할 근거 조금씩 등장할 것
"9월 중 전저점 회귀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경기침체 불가피, 내년 1분기 저점 통과"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 재확인 후 시장이 다시 혼란에 빠진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의 증시 전망도 엇갈렸다. 국내 주요 증권사 10곳은 9월 코스피 평균 예상범위를 2333~2575선으로 제시했다. 사진=한국거래소 제공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 재확인 후 시장이 다시 혼란에 빠진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의 증시 전망도 엇갈렸다. 국내 주요 증권사 10곳은 9월 코스피 평균 예상범위를 2333~2575선으로 제시했다. 사진=한국거래소 제공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 재확인 후 시장이 다시 혼란에 빠졌다. 국내 증권사들의 증시 전망도 엇갈렸다. 이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9월 시장이 생각만큼 나쁘지는 않겠으나 2600선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달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물가나 장기 금리가 고점을 지난 만큼 과도한 저평가 국면이 서서히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금리 인상에 따른 기업실적 악화로 연말 혹은 내년 1분기쯤 바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부정적 의견도 나온다. 

2일 증권업계는 9월 코스피가 2600선 아래에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지수 예상범위 하단을 2200선으로 전망한 곳도 있다. 당분간 국내증시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

국내 주요 증권사 10곳(교보증권·다올투자증권·대신증권·삼성증권·신한금융투자·케이프투자증권·키움증권·현대차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이 제시한 9월 코스피 평균 예상범위는 2333~2575선이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교보증권이 2400~2600선을 예상해 상·하단 모두 가장 높게 제시했다. 신한금융투자(2350~2600), 삼성증권(2300~2600), 케이프투자증권(2250~2600)도 상단을 2600선으로 내다봤다. 이어 KB증권(2360~2590), 키움증권(2380~2580), 다올투자증권(2240~2560), 대신증권(2380~2550), 한국투자증권(2340~2540), 현대차증권(2330~2530) 순으로 상단이 높다.

증시를 낙관적으로 보는 진영은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물가나 장기금리가 고점을 지났기 때문에 그간의 과도한 저평가 국면이 서서히 끝날 것으로 봤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증시를 낙관적으로 보는 진영은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물가나 장기금리가 고점을 지났기 때문에 그간의 과도한 저평가 국면이 서서히 끝날 것으로 봤다. 사진=서울와이어 DB

◆연말까지 금리·환율 변동성 축소 과정 주목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8월까지 이어진 ‘베어마켓 랠리’가 끝나면 새로운 침체국면이 시작될 수도 있지만, 이 경우는 실물 경제의 구체적인 후퇴가 확인돼야 가능한 시나리오”라며 “우리는 현재 새로운 정보를 받은 것이 아니라 이전에 등장한 정보를 토대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와중에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직전 저점에 대한 위협도 있겠지만, 그 저점을 ‘바닥’으로 해석할 수 있게 만드는 근거도 조금씩 등장하게 될 것”이라며 “연말까지 방향에 집착하기 보다 현재 금융지표, 주식뿐만 아니라 금리, 환율의 변동성이 축소되는 과정을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럽과 중국 등 주요 지역 경기 부진이 확인되고 있으며 미국 역시 경기 하강압력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진국을 중심으로 장기 국채 금리는 점차 하향 안정화 될 것”이라며 “현재는 금리 매력이 높아진 선진국 장기 국채와 한국 장기 국고채 비중 확대를 고려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신한금융투자는 기술적 분석을 통해 주가수익비율(PER) 확장이 제한된 상황에서 현재보다 3개월 후 지수 레벨 다운을 염두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한국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은 미국 대비 여전히 역사적 디레이팅(PER이 낮아지는 현상) 국면에서 등락 중으로, PER을 고려하면 예상 가능한 낙폭은 미국보다 더 작다”라며 “통화정책과 경기, 밸류에이션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9월 중 코스피 전 저점 회귀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예상했다.

노 팀장은 “지수보다 업종 전략이 더 중요하다”라며 “내년 실적 그림을 그려갈 수 있는 업종(화학, IT하드웨어, 기계, 화장품)과 실적 성장 방어주(통신, 필수소비재), 에너지 변동성 헤지 방어주(도시가스 중심 유틸리티)에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기업들의 이익전망을 보수적으로 봐도 과거와 비슷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증권은 올해 6월 말 코스피 순이익 전망치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잡아도 160조원인데, 비정상적으로 실적 부진에 빠진 한국전력의 추정 순손실(21조8000억원)을 감안하면 사실상 180조원가량 된다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해 확정치(179조9000억원)와 ‘대동소이’한 수준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잠복한 실적 불확실성을 감안하더라도 작년 실적보다 15% 이상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현재 시장의 주가 수준은 지난해 대비 이익이 35%나 줄었을 경우를 상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 이익 대비 현재 밸류에이션(주가수준)은 과하게 낮다는 의견이다.

증시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입장은 경기침체가 불가피한 만큼 주가 하락 추세가 연말 또는 내년 1분기 전까지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픽사베이
증시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입장은 경기침체가 불가피한 만큼 주가 하락 추세가 연말 또는 내년 1분기 전까지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픽사베이

◆아직 저점 판단 일러… 지표·대외 악재 주시

일각에선 인플레이션 정점을 통과한다는 기대감 속에 지난 두 달간 증시가 반등했지만, 금리 상승에 따른 경기 충격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잭슨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불행한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한 금리 인상, 긴축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며 “경기침체는 불가피하기 때문에 주가 하락 추세가 연말 또는 내년 1분기에 저점을 통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이달 13일 발표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9월 중순 이후 3분기 실적 시즌이 변곡점으로 코스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에 하방 압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CPI 상승률 둔화 폭이 제한되며 물가 수준에 대한 부담이 확대되고 9월 FOMC로 미국 경기 판단과 통화정책 속도 사이에서 불안 심리가 커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팀장은 “이제까지는 반도체를 제외한 기업들의 이익이 괜찮다고 봤었는데, 지금은 반도체 뺀 나머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은 여전한데 경기가 꺾이기 시작하면서 비용 상승분을 가격에 전가할 수 없어 이익이 줄어드는 국면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7~8월과 달리 9월은 실적 시즌이 부재해 CPI, FOMC 등 매크로 이벤트에 대한 민감도가 높을 것”이라며 “연준의 시장 기대치 통제 작업도 지속될 것인 만큼 이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금융시장 변동성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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