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340원 뚫자 달러예금에서만 55억달러 빠져나가
연말까지 갈 것이라는 기대에 추가 매수 나선 투자자도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서울와이어DB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서울와이어DB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40원선을 뚫으며 최고점을 보인 가운데 이달 들어 달러예금에서만 55억달러가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이 '고점을 찍었다'고 인식한 투자자들이 환차익을 얻기 위해 달러를 시장에 던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 24일 기준 달러예금 잔액은 574억달러로 7월말(629억달러)과 비교해 55억달러가 빠졌다. 그간 달러예금은 지난 3개월 내내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는데, 8월 들어 환율이 최고점을 찍자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달러예금은 원화가 아닌 달러로 통장에 돈을 넣는 상품으로, 금리인상기 대표적인 투자자산이자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초저금리 시대였던 지난해나 금리인상 기조가 시작되던 올 초에 달러를 매수했던 사람들이 수익 실현을 위해 매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환율은 올 초부터 상승을 지속해 최근에는 ‘킹달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달러화 초강세 현상이 이어졌다. 지난 1월3일 1193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한 달만인 2월3일 1204원으로 올랐고,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 6월 1300원대를 돌파했다. 7월 6일과 15일에는 각각 1310원, 1320원을 돌파했다. 그리고 지난 22일에는 장중 1340원을 넘어서며 2009년 이후 13여년 만에 최고점을 기록했다. 

이 같은 달러화 초강세 현상이 지속되면서 달러를 매도해 수익을 실현한 이들도 많았지만, 반대로 투자에 나선 이들도 늘어난 모양새다. 연말까지 환율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로 단기간 달러 매수가 늘어나기도 했다. 

주요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40여일만에 1조원 가량 급증했다. 지난 22일 기준 5대 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약 579억3778만달러로, 지난달 11일(약 570억8342만달러)보다 8억5436만달러(한화 1조1456억원) 가량 늘었다.

달러예금은 지난 4월 548억달러에서 5월 568억달러, 6월 566억달러를 기록했고, 7월에는 629억달러로 계속 증가했다. 시장에서 연말까지 환율이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만큼 투자를 위해 달러 매수에 나서는 이들도, 수익 실현을 위해 달러를 매도하는 이들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원·달러 환율은 현재 1330원 선에서 숨고르기 중이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1350원대를 뚫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으며, 1400원까지 오를 가능성도 열어둔 상황이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외환시장에서 수급 여건 등을 고려할 때 불안 요인이 많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은 1350원선 위로 갈 가능성이 높아보이고, 일각에선 1400원선 얘기도 나온다"며 강달러 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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