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2.75~3.0% 시장 기대 합리적"
물가 4~5%대면 금리인상 기조 유지
환율 수준 자체 보다 물가 영향 우려

[서울와이어 주해승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5일 기준금리를 기존 연 2.25%에서 연 2.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와 함께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5.2%로 제시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분간 물가 중심으로 한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생각"이라며 고물가 대응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10월과 11월, 연말까지 두 차례의 금통위 정례회의가 남아있는 가운데 연내 기준금리가 어디까지 오를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당분간 물가 중심 통화정책 기조 유지"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점진적 인상하는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말 2.75~3.0% 기준금리를 기대하는 시장 전망은 합리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지금처럼 큰 상황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안 하겠다고 하는 것은 하는 옳지 않지만, 당분간 0.25%포인트 올리는 게 기조"라며 "그 외 충격이 오면 빅스텝을 고려할 수 있지만 지금으로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5.2%로 높였다. 1998년 4월 물가안정목표제 시행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물가전망치를 제시한 것이다. 내년 말까지도 목표치(2%)보다 높은 3%대를 예상했다.
이 총재는 물가가 고점을 찍는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예측했으나 내년초에도 물가상승률은 5~6%대, 내년 말에도 3%대로 높을 전망이다. 이 총재는 "유가가 두 달간 떨어져 정점이 7월이 될지, 9월이 될지 판단하긴 어렵지만 빨라질 가능성도 있다"며 "문제는 정점이 지났다고 해서 안정 국면으로 간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경제성장률은 올해, 내년 각각 2.6%, 2.1%로 세 달 전보다 각각 0.1%포인트, 0.3%포인트 내려갔다. 다만 잠재성장률(2%)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성장세가 이보다 소폭 떨어지더라도 물가가 4~5%대로 높다면 계속해서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율 물가 영향 우려, 빅스텝은 생각 안 해
이 총재는 최근 강달러 등 불안정한 환율 상황을 언급하며 물가에 대한 대응을 다시 한번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달러 강세와 함께 다른 국가의 환율이 같이 움직이는 상황"이라며 "1997년이나 2008년처럼 순채무국이 아니고 순채권국이기 때문에 유동성, 신용 위험보다는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를 더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총재는 이번 금리인상 결정이 환율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그는 "금리 결정에 환율 급등을 반영하지는 않았지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환율 수준 자체 보다는 원화 가치 절하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 중간재 수입하는 기업들의 가격 변수 등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더 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남은 금통위 정례회의에서 빅스텝 가능성에 선을 그으면서도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지는 않았다. 물가안정이 예상보다 지연되거나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 등 국내외 정세는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다.
이 총재는 "당분간 0.25%포인트 올리는 게 기조"라면서도 "그 외 충격이 오면 빅스텝도 고려할 수 있지만 지금으로선 생각 안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통화당국의 수장이 물가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 만큼, 연내 남아있는 두 차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연속으로 이뤄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물가 정점 시기와 불안정한 환율, 수입 물가 상승과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 복합적인 요인들 속에서 한은이 안정적으로 통화 정책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