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푸틴, 전술핵무기 동원 위협 우려
미국 "러시아, 핵 사용 땐 결정적 대응할 것"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4개 지역에 대한 병합을 선포한 지 하루 만에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도네츠크주의 진입 관문인 리만을 탈환했다. (AP=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4개 지역에 대한 병합을 선포한 지 하루 만에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도네츠크주의 진입 관문인 리만을 탈환했다. (AP=연합뉴스)

[서울와이어 김민수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4개 지역에 대한 병합을 선포한 지 하루 만에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도네츠크주 리만을 탈환했다. 리만은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 핵심 병참기지로 활용해온 요충지다. 

체면을 구긴 푸틴 대통령이 그동안 공언해온 핵무기 사용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러시아는 핀란드 인근 공군 기지에 전략폭격기를 배치하는 등 무력시위에 나섰다.

3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세르히 체레바티 우크라이나 동부군 대변인은 지난 1일(현지시간) 리만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키릴로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비서실장은 리만 중심부 의회 건물 밖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러시아 깃발을 집어던지고 도시 표지판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붙이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리만은 러시아가 도네츠크 북부 지역의 물류 및 운송 거점으로 삼아온 도시로, 루한스크주 북부 핵심 도시인 리시찬스크와 세베로도네츠크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교통 요충지다. 우크라이나군이 이번에 리만을 탈환함에 따라 지난 7월 러시아군이 점령한 루한스크주로 진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로이터통신·CNN 등은 우크라이나군의 리만 수복이 지난달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 탈환 이후 가장 큰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지난 몇 주간 돈바스 지역 내 우크라이나 국기가 늘어났다. 다음 주에는 더욱 많이 보이게 될 것”이라며 추가 진격을 예고했다. 

병합 선언 하루 만에 우크라이나에 요충지를 내준 러시아는 수모를 만회하기 위해 핵무기 사용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국 당국자들은 푸틴이 수치스러운 패배에 직면해 빠르게 여러 단계를 거쳐 핵무기 사용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의 영토 수복 공세에 러시아 측은 핵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 러시아군의 일원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 중인 람잔 카디로프 체첸 자치공화국 정부 수장은 1일 텔레그램에 “러시아가 국경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저위력 핵무기를 사용하는 등 더 과감한 조처를 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전략 폭격기를 핀란드 인근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이스라엘 위성 정보업체인 ISI가 핀란드 국경 근처 올레냐 공군기지에 러시아군의 TU-160과 TU-95 전략폭격기가 배치된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아직은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낮고, 러시아가 핵 관련 자산을 이동시켰다는 증거도 없다고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관리들은 푸틴이 당장은 핵을 사용하기보다는 유럽에서 사보타주 캠페인을 전개하거나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인프라, 고위 당국자들을 겨냥한 공격을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한편 미국은 러시아에 “핵무기 사용 시 결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미국과 동맹국들은 푸틴의 무모한 위협에 겁먹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자국 영토와 자유를 수호할 수 있도록 군사 설비를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미국은 단 1인치의 나토 영역까지 수호할 준비가 되어 있다. 푸틴은 내가 말하는 것을 잘못 이해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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